조규남 | 양천가방협동조합 이사장

가방공장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로
양천구 신월동은 국내 최대의 가방단지로 꼽힌다. 이곳 양천 가방 밀집단지의 장인들이 모여 ‘양천가방협동조합’을 발족, 독자브랜드 ‘LANTT’를 운영하고 있다. , 양천가방협동조합의 조규남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주>

 

조규남 양천가방협동조합 이사장

양천구 신월동 가방밀집지역은 70년대에 조성되어 80~90년대 국내 가방 생산의 심장이었던 곳이다. 나이키, 샘소나이트, 프로스펙스 등 유명 브랜드의 가방 봉제는 대부분 양천 가방밀집지역에서 이루어졌다. IMF 외환위기와 중국 등 해외 생산라인과의 경쟁을 겪으며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339개의 가방업체와 3000여 명의 종사자가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가방단지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환경에 위기감을 느낀 이곳 가방산업 종사자들은 2015년 ‘양천가방조합’을 발족하고 2016년 6월에는 조합 독자브랜드 ‘LANTT’(란트)를 론칭했다. 론칭 2년이 지난 지금, 양천가방협동조합 조규남 이사장은 “현재는 LANTT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조 이사장의 목소리는 밝았다.

-‘LANTT’는 어떤 의미인가?
LANTT는 가방이 곧 인생(Life)인 사람들이 만든 매혹적이고(Attract) 실용적(Necessity)이며, 시간을 초월한(Timeless Time) 가치가 있는 가방을 의미한다.

-조합 설립 당시부터 브랜드 론칭을 염두해두고 있었나?
그렇다. 오더가 계속 줄어만 가는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만의 독자브랜드를 통해 ‘Made In Korea’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조합을 설립했다. 현재 조합원은 175명 정도이고, 10명의 이사진이 조합을 이끌어 가고 있다. 개인 사업자만 따지면 45업체 정도가 된다.

-현재 국내 가방봉제 환경이 많이 어렵나?
다른 봉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70~80년대에 이곳 신월동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던 가방 산업은 IMF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생산라인과 경쟁하게 되면서 현재는 완전히 쪼그라든 상태다. 2015년을 기준으로 90년대 사업장 수의 20% 수준까지 축소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70~80년대 우리가 수출하던 물건이 지금은 역수입된다.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made in Korea’ 가방을 본 적 있는가? 전에 이 지역에서는 한 건물만 건너면 지하실에서 다 가방공장을 했다. 지금은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인력도 일용직이나 요식업 쪽으로 빠져서 구하기 힘들다.

LANTT 가방제품

-현재 양천동 일대의 가방 생산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이쪽이 전국의 30~40% 정도는 된다고 본다. 현재가 그 수준이고, 예전에는 더 높았다. 가방은 보통 멜빵은 멜빵, 등판은 등판 이런 식으로 부위마다 따로 만든다. 지하, 옥탑에서 소규모로 부분작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현재도 종사자 수는 엄청나다. 그러나 신월동 일대가 번화가가 되어 갈수록 부천 고강동 쪽으로 공장들이 많이 빠지고 있다. 임대료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산되는 가방은 어디로 가고 있나?
다 내수물량이다. 99%가 내수라고 보면 된다. 수출하는 곳은 거의 없다. 수량이 많은 오더는 아예 외국에서 생산해 미국, 유럽, 동남아 쪽으로 나가기 때문에 싸게 만들어서 바로 수출해 버린다. 수량이 작은 것들만 현재 한국에서 생산된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의해 수량이 적을수록 물류비용 등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니까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수량이 많은 건 다 외국으로 간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조합을 설립하고, ‘LANTT’를 론칭하게 된 것이다.

-공장을 하다가 마케팅, 제품 기획, 유통 분야를 다루는 건 힘들지 않나?
브랜드 디자인은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 함께 일하는 재단을 통해 연결된 인사가 브랜드 로고 등의 마케팅적인 요소에서 도움을 줬다. 한편 제품 생산에 관련된 분야는 조합 차원에서 직접 하고 있다. 디자이너도 직접 고용해서 쓰다가, 지금은 가방에서 30~40년 경력을 가진 조합원들이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없고 직접 판매하는 것은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카카오 메이커스, 와디즈와 같은 크라운드 펀딩, 아이디어스, 11번가 등 오픈마켓 등을 통해서 판매한다. 유통하는 사람들이 조합 측을 찾아와서 미팅을 통해 가방을 주문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조합에서는 생산적인 것만 한다고 보면 된다. 기업이나 관공서, 학교 등 단체 주문 같은 것을 받으려 영업도 뛰고 있다. 근래 ‘트래블러스하이’라는 스타트업 회사가 조합을 통해 가방을 제작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판매되어 펀딩 1000%를 달성하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 형식 판매는 수수료 수준이 어떻나?
카카오 메이커스는 30% 정도를 가져간다. 와디즈는 10% 정도다. 카카오 메이커스는 제품사진 촬영 등 마케팅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반면 와디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우리가 올려야하는 차이가 있다. 사실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가격이 아주 싼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업체가 공동으로 협업하는 구조인데,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진 않는가?
현재 조합을 이끄는 사람들은 이 계통에서 아주 오래 일했고, 다 15~20분 거리에 살면서 회식도 함께 하며 교류를 하는 사람들이다. 딱히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

-조합을 설립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나?
조합 차원에서 변화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매스컴에 여러번 실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가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미팅을 자주 온다. 자기 브랜드의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아주 많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조합을 찾는다. LANTT는 브랜드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주 많지는 않다. 그래도 조합이 처음 생겼을 때에 비하면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 시작할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발전했다. 당시에는 조합 사무실도 없이 공장 바닥에서 회의를 해야 했다. 어려운 건 다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넘쳐났는데 돈이 모자랐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조합 이사 10명이서 100만원씩 각출했다. 투자금이과는 별도로 걷어서 그걸 사무실 여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조합의 내 비품도 여기저기서 구했다. 식당 문닫는 곳에서 의자를 가져오고, 컴퓨터도 없으니까 구청에서 교체주기가 지나 창고에 있는 컴퓨터를 협조를 구해 가져왔다. 지금 그 컴퓨터들은 거의 다 교체했지만, 처음에는 그런 걸 갖다 썼다.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완벽하게 자리잡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자리잡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조합 차원에서는 일거리만 들어오면 임대료와 직원들 봉급만 주면 된다. 지출 규모가 굉장히 작은 것이다. 제품 제작 자재는 조합원이 공동으로 구매한다. 그리고 이사장을 포함해 조합 이사들의 업무는 다 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체 조합에서 가져가는 것이 없다. 급여도 없다. 그래도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일거리가 추가적으로 생기니까 좋고, 일거리가 있기만 한다면 조합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얼마 안되는 직원의 급여와 임대료만 주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 소상공인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한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 전국투어’의 일환으로 본 조합을 방문했다.

-현재 국내 가방업체에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우리 조합 같은 경우, 공장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있다. 아파트형 공장 한 곳에서 일할 수 있으면 시너지가 엄청날 텐데, 조합원들 힘으로는 아파트형 공장 못 짓지 않나. 지자체, 서울시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짓고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면 원단 들여오는 것부터 시작해 납품까지 한군데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 외국 바이어들도 보고 주문할 수 있지 않겠나. 국가 차원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임대료를 저렴하게 입주시켜주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아파트형 공장이 생기면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린 젊은 새댁들의 경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침마다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데려오고 해야 되는데, 시간이 모자란 것이다. 그러니까 기술이 있는 사람들도 식당 같은 곳에 시간제로 일하러 간다. 만약 아파트형 공장을 짓고 1층에 유아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아이 손잡고 와서 일하고, 퇴근할 때 아이 데려가고 하면 된다. 그러니까 아파트형 공장을 짓게 되면 일자리 창출도 하고 지역사회에 공헌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형 말고는 필요한 정책이 없나?
우리나라 정부, 관공서에 들어가는 제품들은 국내 생산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다 우리 세금으로 비용이 지불되는 게 아닌가. 의류도 가방도 그렇다. 학교에서 단체로 제작해 매고 다니는 가방도 다 외국에서 들어온다. 또 정부나 지자체에서 그런 쪽에 지원을 해준다. 다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심지어 서울시 시청, 구청에서 쓰는 다이어리 같은 것도 다 중국에서 만들어 온다. 다이어리는 속지는 종이지만 겉면은 가방의 영역에 속한다. 이런 것들은 다 국내에서 생산해도 되는 것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관공서에서 하는 것을 다 중국에서 해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공무원들 연수 보낼 때 지급되는 백팩 같은 제품들도 다 외국산이다. 한편 군납 등 조달청을 통한 입찰도 문제가 있다. 그걸 입찰 받은 업체에서 모든 과정을 다 처리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우리 같이 소규모 업체들은 할 일이 없다. 가방이란 것은 전문화되어서 분야가 다 나눠져 있다. 가방의 각 부분마다 전문업체가 있는 거다. 군납으로는 물량이 많이 들어가니까, 만약에 한 업체가 10만 개를 입찰 받았다고 하면 그 부속품들을 보통 다 처리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을 소규모 업체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다. 근데 그 업체들도 다 일을 해내지 못해서 몰래몰래 다른 업체에서 해온다. 적발되면 또 문제가 된다. 외국으로 나가는 건 막아야 하겠지만, 국내에서 하는 것은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 :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