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희 | 대성티에스 대표

자동화, 세밀하게 진행해야 성공
인력 비중을 낮추려는 해외공장들의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공정 자동화 장비 도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를 위해 기계 장비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베트남 구찌성 소재 대성티에스 김치희 대표를 만나 현장에서 본 자동화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저인건비를 기대하고 해외로 진출했던 많은 국내 투자기업들은 현지에서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베트남의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 베트남을 비롯한 대다수 해외투자 봉제업체들의 현실은 자동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한데 먼저 미주를 비롯한 주요 바이어들은 해외투자 봉제업체들에게 가공임 올려줄 생각이 없다. FOB 수출하는 벤더들도 오히려 가공임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반면 임금은 매년 오르고 물가도 올라 경상 운영비는 상승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인력은 줄이되 품질을 올리고 또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과연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품목이 생산되는 대성티에스의 봉제기기 및 설비 제조 라인

결국 인건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 공정 자동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주목하는 분야는 어디이며 활용효과는 어떤가?
봉제업체들에게 가장 확연하게 인력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재단 파트이다. 재단실은 자동화를 가장 확실하게 도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공정에 자동화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면 큰 공장의 경우 백 단위의 인력 절감까지 가능하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이고 생산성과 품질도 확연히 높아진다. 과거에는 자동화 장비라 하더라도 사람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 장비들은 보다 섬세해지고 기능이 향상되어 무인화 작업이 가능해지고 있다. 해단기의 경우 과거에는 한사람이 붙어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인력이 필요 없다.

베트남 현지 한 공장의 재단실 모습

검단기는 과거에 2명 이상이 작업했지만 지금은 1명만 있으며 된다. 자동연단기 역시 예전에는 두 세 명이 붙어 작업했지만 지금은 니트 원단도 인력이 필요 없는 완전자동화 장비가 개발 보급되고 있다. 재단사가 재단을 하는 공장의 경우 재단이 잘못되어 일일이 가위로 다시 맞춰 잘라서(현장에서는 ‘고다찌’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1개 라인에 2~4명이 보통 작업한다. 만약 3명이라고 치면 50개 라인의 경우 150명의 추가 인원이 든다. 반면 자동재단기를 사용해 정밀한 재단을 한다면 이런 인력 자체를 없앨 수 있고 또한 밴드나이프 작업도 더 이상 필요 없다. 작고 세밀한 패턴도 재단이 되기 때문에 굳이 밴드나이프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재단실 자동화 보급이 근래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업체들도 많다고 하는데 어떤지?
많은 업체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동연단기 들여놓고 고가의 자동재단기(CAM)를 도입하면 인력절감, 생산성과 품질 향상이 저절로 되는 줄 안다. 천만의 말씀이다. 고가의 장비만 들여 놓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재단기를 재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해단, 릴렉스, 축율제어, 연단, 등 자동재단기가 재단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모든 변수와 제어 요소를 파악해 정확히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요즘에는 워낙 예민하고 특수성이 가미된 원단이 많이 나온다. 스판 소재나 실크, 레이온처럼 얇고 스트레치성 소재의 경우에는 자동재단기로 재단하기까지 과정이 여간 어렵지 않다.

사무동

자동재단기는 연단이 잘못되면 말짱 헛것이 된다. 제대로 된 연단이 되어야 재단도 가능하다. 예민한 원단을 정확하게 한쪽 정렬(현장에서 미미를 맞춘다고 한다)하고 축율을 제어하면서 자연스럽게 재단판에 쌓이는 것처럼 자동연단기가 동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연단기를 사용하면서 일일이 사람이 원단 한쪽 맞춤을 했던 이유가 예민한 원단에 대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인력이 필요 없다. 완벽한 자동 연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단기도 원단의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기능적으로 수준이 향상 되어야만 했다. 요즘 개발한 연단기는 더욱 정밀하고 세밀해졌다. 과거보다 센서가 늘어나고 그에 맞춰 구동 메커니즘도 정교하면서 복잡해졌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있는데 자동 연단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단 해단 후 릴렉스 과정도 중요하다. 릴렉스된 원단이 한쪽으로 잘 정렬되어 일정 정도 축율을 제어한 후 바로 연단기로 올라가야 한다. 릴렉스된 원단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흐트러뜨리면 원단 릴렉스의 의미가 없어진다. 한쪽 선 정렬 센서 없이 원단만 앞뒤로 계속 흔들어대는 해단기는 이런 대응이 어렵다. 해단 과정에서 5센치 이상 끝선이 어긋난 원단은 연단기 헤드가 아무리 좌우로 맞추려고 해도 제대로 정렬되지 않는다. 반드시 릴렉스 과정에서 자연스러우면서 끝선이 잘 맞게 정렬한 것을 연단기에 올려야 한다. 요즘같이 민감한 원단을 가지고 제대로 자동 재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필요한 해단기, 검단기, 연단기, 자동재단기로 이어지는 각 공정에 적합한 장비가 갖춰져야 한다. 고가의 연단기나 자동재단기만 갖추면 모든 것이 척척 다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공라인 모습

재단실 자동화 외에 좀 더 인력 비중을 줄이면서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호치민이 현재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근로자의 임금이 연간 많게는 약 7000불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으로 가면 3500불에도 가능하다. 근래 봉제업체들이 자꾸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외곽으로 가서 기술인력 부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아무런 득이 없다. 시내보다 생산성이 반, 혹은 좋게 나와 2/3 수준까지 올라온다고 치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 인프라가 열악해 물류 운송비로 길바닥에 다 뿌리는 등 시내에 상응하는 생산비가 들어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외곽으로 나간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단실에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은 설명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봉제현장이다. 봉제현장에서는 아타치멘트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한국의 인력 상황이 녹록치 않아도 생산성이 높고 품질이 뛰어난 것은 아타치멘트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아타치멘트 사용 비중은 내가 파악한 바로 한국의 1/5도 안 된다. 아타치멘트 사용비중을 50%까지만 올려도 기술 없는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인력 비중을 낮추면서 품질을 올릴 수 있는 길이다. 요즘 아타치멘트는 작업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장비들이 많이 나와 있다. 봉제현장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각종 가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장치들이 개발되어 현장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자그마한 장치 하나가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아타치멘트를 적극 활용한다면 분명 투자 대비 큰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단기 조립라인

기계 제조업체 종사자로서 봉제현장에 바람이 있다면?
고가를 들여 기계를 도입한 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된 장비들이 봉제공장에 가보면 너무나 많다. 제대로 된 A/S를 받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대부분 베트남 현지업체나 중국 등지의 해외업체에서 직수입을 통해 기계 장비 구매나 공장 설비를 했을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한국계 판매업체와 중국이나 베트남 현지업체들은 A/S에 대한 적극성이나 개념에서 차이가 많다. 요즘 공장들이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더 싼 제품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싸게 구입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다. 싼 대신 서비스 부재로 겪게 될 문제에 대해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시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방치된 장비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제대로 조율이 되지 않아 본사에 보고도 못하고 담당자가 속으로 꿍꿍 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봉제현장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신속 정확하고 윤활유가 적절히 도포된 듯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기계가 말썽을 부려 한번 삐끗하면 손해가 크다. 싼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봉제 현장 관계자들과 우리 같은 기기 제조업자는 항상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들은 모두 현장의 요구에 의해 개선 발전된 것이다. 요즘같이 까다롭고 예민한 원단이 변화무쌍하게 쏟아지는 시대에는 사용자와 개발자와의 소통이 더욱 더 필요하다. 우리 연단기는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고 현지 진출한 많은 봉제업체들과 공동 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봉제현장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장에서 난공정이 발생했을때 이를 개선하면, 봉제업체에겐 이득이 되고 우리에게는 기계의 진보를 가져다준다. 쌍방향 소통이 곧 윈윈(Win-Win)이다.

인터뷰 | 이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