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

“패션은 평생을 건 사업, 봉제도 신바람 나야”
2조원 매출시대를 향해 발걸음이 바쁜 패션그룹형지의 수장이자 한국의류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최병오 회장은 봉제산업이 활기를 찾아 패션산업과 두루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지 창간 43주년을 기념해 최병오 회장을 만나 보고 최근 패션사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봉제산업이 활기를 찾고 발전하기 위해 추진해야할 과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불리한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의류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실적은 전반적으로 어떠했으며 올해 전망은 어떤지요?
내수 침체와 ‘초경쟁’으로 대변되는 것이 최근 업계 상황입니다. 더욱이 가계의 총 지출에서 의류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정부 기관의 조사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패션그룹형지는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드린다”는 우리의 신념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고객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중년 여성캐주얼인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비롯해, 남성 셔츠 ‘예작’, 학생복 ‘엘리트’, 구두 ‘에스콰이아’는 한국 패션 브랜드의 자부심과 유산을 간직한 소중한 브랜드들입니다. 이밖에도 23개 브랜드 2300여개 전국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녹록치 않은 기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는 상품 개발, 매장 사장님들의 기를 살리는 운영 등 초심(初心)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패션업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응해 고객 맞춤형 의류 제작, 새로운 유통 채널,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 등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나갈 것입니다.

-패션그룹형지가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이제 곧 2조원 시대를 열게 됩니다. 패션사업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유통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유통사업의 확대로 기존 패션사업이 다소 위축되진 않을까 업계의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평생 패션 사업만 해왔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브랜드 인수를 추진했는데, 브랜드 가치만큼 가장 중시한 부분이 바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입니다. 또 유통 사업은 패션사업의 사촌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패션과 유통은 분명 시너지를 내고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패션그룹형지는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한 내실경영을 매우 중시합니다. 또한 유통은 차별적 상품과 더불어 마케팅의 필수 기반이기에 패션사업의 위축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는 ‘아트몰링’ 부산본점과 장안점에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해가 될 것이며, 향후 이 쇼핑몰들의 성공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역 밀착형 틈새 쇼핑몰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패션, 유통부분의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계시는데 인도네시아 생산시설 투자를 비롯해 해외 판매 확대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생산과 해외 판매 두 분야에 대해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소싱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룹차원의 통합 구매 소싱을 통하여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자 합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자사공장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에도 주력할 것입니다. 올해 글로벌 진출은 ‘엘리트’ 교복의 중국 시장 확장, ‘까스텔바작’의 아시아 진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중국 교복 시장은 미개척 분야임에 틀림없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의 체육복 형태의 교복을 입고 있어 양질의 교복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학생수가 적어지고 있는 국내 교복 시장에 비하여 중국 학생수는 큰 규모의 시장임에 틀림없습니다. 중국 우량 B2B 기업과 합자법인을 설립하여, 엘리트는 50년 전통의 교복 디자인과 품질을 제공하고 중국 기업은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0억 규모의 수주가 이뤄졌는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프랑스 브랜드인 ‘까스텔바작’을 인수했습니다. FILA가 한국 브랜드가 된 것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까스텔바작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까스텔바작은 프랑스 무형문화재급인 현존 최고의 예술가 장 샤를 드 까스텔바작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화려한 색감과 탁월한 아트워크가 경쟁력입니다. 현재 골프웨어로 국내 시장에 론칭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성공을 기반으로 캐주얼, 가방 등으로 라인을 확장하여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혹시 패션그룹형지와 거래하는 봉제협력업체들의 최근 근황을 점검하신 적은 있으신지요? 만약 파악해 보셨다면 지금 협력업체들의 상황이 어떻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1월 중순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님과 창신동 봉제 기업들을 함께 찾았습니다. 중국산 라벨갈이 문제, 영세함에도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4대 보험 가입을 해야 해서 세금이 더 드는 문제, 일감 오더 연결이 여의치 않다는 문제 등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봉제인 분들 기 살리기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현황 조사를 기반으로 디자이너와 봉제업체를 매칭하는 정보사업, 봉제 장비 임대 사업, 라벨갈이 방지를 위한 브랜드 지재권 보호 업무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가고자 합니다. 아울러 봉제인의 밤, 명품봉제페스티벌 등 사기진작 노력도 지속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 가장 중시하는 사업 철학이 있으시다면?
“평생 남보다 반의반만 앞서 가겠다”는 것입니다. 남보다 열 걸음, 한걸음 앞서가는 것은 힘듭니다. 반의반만 앞서가는 것이 축적이 되면 경쟁력이 됩니다. 이는 일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또한 “기회는 날아가는 새와 같다”는 것입니다. 인생이건 사업이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적시적소에 움직일 것을 결정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의류산업협회의 오랜 수장이신 회장님께 관련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근래 협회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 등이 발 벗고 나서 봉제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체감되는 지원혜택은 많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봉제업체들이 많습니다. 올해 협회는 어떤 방향으로 봉제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시할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 한국의류산업협회는 지난 2005년 이후 봉제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산업부, 중기부, 서울시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의류생산 역량강화 사업과 소공인특화지원센터 및 중랑패션지원센터 운영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국내 봉제 활성화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의류제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하여 K-Fashion 쇼룸 LEDOME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수익률 높은 일감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업계에 일감연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국내 봉제업이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하이테크제조로 변화하는 큰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현장 기술력·공정혁신을 위하여 Module 생산시스템과 환경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 의류제조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전국봉제업체 실태조사, 패션봉제 인력양성, 협동조합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패션봉제인의 밤과 명품봉제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국내 봉제 종사자들의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협회는 국내봉제사업을 선진국형(고부가 소량다품종 생산중심)으로 전환하고 어려운 현재 봉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업계 현장 중심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봉제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저 임금 지급 자체의 부담보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기존 직원들의 임금상승 요구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협회 차원의 대책은 없는지 듣고 싶습니다.
금년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열악한 봉제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선 협회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봉제업체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적극 파악 중에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토대로 대응방안과 해결책을 각 부처 및 정부에 적극 건의하여 업계를 지원해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안정자금지원” 등 업체들이 활용 가능한 정부 각 부처들의 최저임금 대책들을 봉제업체들이 적극 활용하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하여 업계에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직원을 가내수공업의 형태나 4대 보험조차 가입시키지 않고 객공의 형태로 일하게 하고 있는 봉제업체에 대한 양성화 사업과 환경개선사업도 꾸준하게 진행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최저임금 영향평가에 따른 맞춤형 지원제도를 발굴하여 시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내에 있는 많은 봉제업체들의 불만 중 하나가 해외로 너무 많은 물량이 빠져나가 정작 국내에서는 오더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류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이 무분별한 해외생산에 대해 재고하고 국내 생산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국내 생산 물량만이라도 확보해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요?
국내 의류패션제품의 해외생산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제조원가 및 원부자재의 가격, 인건비 등 임가공비용의 경쟁력이 해외에 미치지 못하고 특히 대량생산에 필요한 생산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생산인력 등 노동력 유입이 되지 않는 근본적 문제점들때문입니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제도개발과 사업시행에 적극 나설 것이며,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제조원가와 임가공시스템 등 인프라를 고려한 국내생산으로의 유도를 적극 실시하고 패션디자이너 등 의류패션브랜드업체와 국내 봉제업체간 일감연결을 위한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오더플랫폼을 개발하여 국내생산이 확대되고 한국산 의류패션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국내 오더 감소와 더불어 봉제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임가공비 문제입니다. 봉제업체들이 받는 임가공비가 물가상승률에 견주어도 너무 비현실적으로 제자리걸음 내지는 하향 추세인데 이 오랜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국내 봉제업계의 경우 일감부족과 과다 경쟁으로 인하여 갈수록 임가공비의 비현실성이 커지고 있는바, 최소한 국내 브랜드업체들과 오더업체들에게 봉제업계의 현실과 임가공비에 대한 봉제업계의 입장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 하도록 유도하고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한편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의 프리미엄을 부각하여 물가상승과 임가공비의 자연스러운 비율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이를 위한 복종 및 유형별 임가공비 현황을 파악해보고 각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정부에 건의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봉제업계에 힘이 될 수 있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 패션디자이너 및 국내 고급패션봉제에 대한 우수성과 K-팝, 드라마, 컨텐츠 한류 등 문화와 접목한 국내산 제품(메이드인코리아제품)의 차별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바, 비록 해외 생산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패션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한 다품종 소량생산 및 동대문남대문 시장 등 국내 내수시장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순수 국내 봉제업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를 업계와 협력하여 우리 협회가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와 현대화된 봉제산업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면 우리 봉제업체는 결코 사양산업으로 불리우지 않을 것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협회도 업계 발전에 적극적으로 일익을 담당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