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취재 | 저가 오더가 부른 악마의 유혹

봉제공장에서 납품 후 남은 제품을 임의 처분하는 것의 위험성과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본다.

봉제업체들이 오더 받은 제품에 대한 납품 수량 외에 남은 제품을 몰래 처분하는 행위로 인해 문제가 된 적이 적지 않았다. 납품 수량 외에 남는 제품을 몰래 처분하다가 적발되어 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주는 일도 잊을만하면 발생하곤 했다. 이런 문제가 근절되지 않자 일부 브랜드에서는 제품 생산 시 남은 제품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써가며 거래 공장들을 관리하는 곳도 생겨날 정도였다. 여분의 제품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이며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봉제 공장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데에는 사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스포츠웨어를 생산하는 D사 대표는 자신이 아는 주변의 공장들 중에 오더 받은 수량에 대한 가공임보다 여분의 제품을 남겨서 이를 업자에게 넘겨 이윤을 챙기는 업체가 몇 곳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가공임이 너무 낮아 납품해도 별로 돈벌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제품을 처분하여 얻는 이득으로 겨우 공장을 꾸려 나갔다고 한다. 이처럼 남은 제품을 처분하다가 생긴 심각한 사건도 있었다.

납품 후 남은 제품 임의 처분이, 거액의 보상금과 형사처벌로

업계에서도 유명한 한 사건이 몇 해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백화점에서 있었다. 수원시의 유명 백화점 앞 가판대에서 막 출시된 유명 브랜드의 숙녀복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동시간대 백화점 안의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 똑 같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지나가던 그 브랜드 담당자가 가판매에서 동일한 자사 신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실체 파악에 나섰다. 확인 결과, 제품을 생산한 공장에서 업자에게 처분한 제품이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대에 동일 제품이 백화점 안과 밖에서 나란히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제조업체는 거액의 보상금 지불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남은 제품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면서도 봉제업체들이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 낮은 공임비에 있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현재 수준의 공임비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공장 가동이 쉽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현실 맞지 않는 가공임도 문제, 공장들도 이윤 낼 수 있어야

오더를 주는 브랜드나 프로모션에서도 가공임이 낮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도 생긴다. 원청업체에서 도저히 생산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공임으로 오더를 던져주고 대신 봉제업체가 납품하고 남은 제품에 대해 임의 처분하는 것을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것이다. 이는 오더를 주는 원청업체도 그들이 주는 가공임으로는 도저히 생산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뒤로 이윤을 챙기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흔치는 않지만 일부에서 이런 식으로 적당히 타협하면서 생산하는 일이 실제 행해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봉제업체들의 남은 제품 임의 처분에는 이처럼 씁쓸한 사정이 감춰져 있다. 이런 일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우선 가공임부터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조건 가공임을 후려칠 것이 아니라 봉제공장들의 사정도 봐가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직원들 월급이나 임대료 걱정을 해야 하는 공장주들을 어쩔 수 없는 잘못된 길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남은 제품을 절대 임의처분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으면서 대신 가공임은 최선을 다해 적정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생각해주는 것이 서로 공존공생 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