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봉제명가를 찾아서 | GNT부산의용촌

전투력 향상, 우리 손끝에서부터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졌던 봉제산업은 오랜 세월 수많은 기업을 탄생시켰고 성공과 번영의 시대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거나 새로운 업종으로 변신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업체도 있지만 긴 세월 변함없이 묵묵히 업계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봉제업을 유지해오고 있는 기업들을 ‘新봉제명가를 찾아서’ 코너를 통해 만나 본다.

국내 최대, 군납 관납 의류 제조업체인 GNT부산의용촌(대표: 이일환). 그동안 언론 매체 내부 공개가 거의 없었던 동사를 최근 본지가 다녀왔다. 1957년 한국전쟁 중 부상을 입은 중상이자의 집단촌에서 출발한 동사는 현재 국군 전투복을 비롯해 방상외피, 의경 근무복, 국군체육복 등의 군납, 관납 제품을 전문 생산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국군 장병들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입어도 좋을 만큼 좋은 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베테랑 기술자들이 군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군 전투력 향상의 기본이 되는 전투복 최대 생산업체인 GNT부산의용촌은 ‘우리의 손끝에서 국가안보의 초석이 마련된다’는 자긍심으로 일하는 기업이다. 또한 자신들이 만든 옷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한데 그 이유는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절도(節度) 있는 행동이 비단 군대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GNT부산의용촌 350여명의 현장 근로자들 각자는 군대의 제식 훈련이 몸에 밴 듯 빠르고 정확하게 각 공정을 처리해 나간다.

몸에 밴 익숙함에서 나오는 간결하고 깔끔한 움직임이다. 재단실과 물품 반입실, 봉제라인으로 이어지는 현장 곳곳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작업하기 좋은 내부 온도는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현장 근무자들을 배려한 휴게 공간도 세심하게 마련해 놓아 휴식시간 틈틈이 쉴 수 있도록 공간을 할애해 두었다. 최근 도입한 재단실의 CAM 장비는 운용 요원의 사고 방지를 위한 동작 구호에 따라 작업자들이 빈틈없이 대응해가며 가동되고 있었다. 하루 가능 생산 캐파가 1만착. 많을 때는 600명 이상의 인원으로 가동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 350명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과거 최대 인원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하고 있다.

인원이 줄었어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수년간 꾸준히 내부 혁신 활동을 통해 라인을 개선하고 자동화 설비를 확충하여 효율성 있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과거 600명 인원을 350명 가량으로 슬림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김명규 전무는 살아남기 위해서 과감히 혁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다. 감원을 위해 먼저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사와 직원들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은 구조조정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정년을 기준으로 기간이 짧게 남은 인원을 우선 감원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했는데 개별 상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다.

오래 근무했으니 이제는 쉬어야겠다며 수긍하는 이들도 있었고 자식들 모두 키워낸 직장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선뜻 떠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공멸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어려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공장 혁신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인력 많고 공장 규모가 컸던 봉제공장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공장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해오던 대로만 일하던 습성입니다. 내부가 곪을 대로 곪아 곧 죽게 생겼는데도 매일 하던 대로 일일 목표한 실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던 모습이 곧 저희의 자화상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장의 습성을 버리지 않으면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혁신을 위해 우선 시도한 것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파악하는 일이었다. TF팀을 꾸려 현장의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체크하기 위해 생산과정 전반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자체 데이터 확보에 돌입했다. 한 공정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작업자들의 동작을 연구하여 각종 생산 데이터를 뽑아냈다. 그리고 개선사항을 파악하고 최선의 방법을 연구했다. 봉제라인 재봉사 한명당 1명씩 배치되던 보조 인원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를 파악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축소시켰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자 인력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었고 유휴인력은 타 공정으로 순환배치하는 방법으로 공장 내부의 대열을 정비했다.

여기에 기기 설비를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찾아서 개선했다. 생산현장의 혁신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변화된 것은 예측 가능한 생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면 어느 정도 생산성이 나왔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졌다. 만약 예측 가능한 생산성이 나오지 않으면 어느 공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고 사람 문제인지 기계 문제인지를 파악해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 동사의 이와 같은 생산현장 혁신 활동은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자체적인 TF을 꾸려서 나름대로의 라인을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만의 라인’이라고 동사가 강조하는 이유도 회사 특성에 기초한 내부 여건을 파악하고 그에 맞춘 자체적인 분석과 개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납, 관납의 특성상 납기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동사의 혁신활동 성공은 여러모로 회사 경영에 많은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디자인 변화가 많지 않은 군복 생산이라는 선입견으로 편하게 작업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새로운 제품으로 군복이나 전의경 근무복 등이 변경될 때는 동사 역시 라인과 설비 장비의 교체가 신속히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동사는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군인과 전의경들이 불편하지 않고 전투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데 자체적인 연구 개발 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하는 이유도 고객 만족을 위한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앞으로 부산의용촌의 가장 큰 목표는 현재 인원을 더 이상 감원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350여명의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만약 지금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매출의 신장이 없이 계속 그 선을 유지해가면 고용 유지가 힘들어진다. 매년 물가는 상승하고 생산 부대비용은 올라간다. 현재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보다 물량을 더 확보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군납업체이다보니 물량 확보는 한편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대부분 수의계약 이어서 물량을 적정 수준 확보한 상태에서 가동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의계약 물량을 계속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이 줄어든 물량은 입찰제에 할당되어 다른 생산업체로 돌아가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동사 역시 앞으로 입찰제에 응해 물량 확보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의 계약 물량으로 공장을 가동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경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점차 경쟁 체제로 편입되어 자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감안해 이미 자체 혁신을 통해 공장 체질을 개선해 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같은 군복을 제조하는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공정한 룰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철저한 법테두리 안에서 제조하는 것과 일부 업체들의 편법을 활용한 제조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입찰제의 경우 이런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부산의용촌은 구조조정 등의 혁신 과정을 거치면서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지금 공장은 평균 40대 중후반 연령대가 형성되어 있다. 요즘 봉제업을 꺼리는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동사는 일하고 싶은 공장으로 주변 지역에 소문 나 있다. 일하고 싶은 공장이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철저한 법 준수가 그 첫 번째이다. 노동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데 하루 8시간 근무에 주5일제 근무, 연장 근무를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대부분 주부 사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출근시간을 자녀들 등교 시간까지 고려해 8시 40분으로 하고 퇴근시간은 5시 40분으로 정했다. 여기에 정기 보너스 지급, 그리고 다양한 복지 시설 확충으로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굳이 구인광고를 하지 않아도 필요한 인원을 확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인력 문제도 없고 물량 역시 일반 공장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지만 요즘 부산의용촌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고 나름대로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렸지만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명규 전무는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 전반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메스를 가해 최상으로 끌어올리기는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그 노력의 결과는 지금 수준에서 최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이 이 수준에서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상유지는 곧 하향세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으로 자동화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력의 비중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는 자동화 도입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재단실의 최신 자동화 장비인 캠(CAM)을 도입했고 1년여의 운용으로 인력 절감과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 사실에서 자동화 도입의 효과를 확인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유공자단체 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안정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물량을 받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저희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구조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아직도 300백명이 넘는 인원들이 저희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력 감축은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고용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저희 앞에 놓인 최대의 난제이기도 하지만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목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