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호 | ‘시로가네 가죽공방’ 대표

‘프로그래머’ 접고 ‘가죽’과 밀애 중

‘시로가네 가죽공방’ 운영자인 최명호씨는 서울 영등포에서 10년간 가죽공방을 운영하다가 지난달 하순, 전남 순천으로 내려가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가죽 공예인이다. 그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가방의 패턴설계 분야이다. 다양한 결과를 위해 아날로그적인 방식과 3D 방식을 겸하고 있다. 앞으로 가죽공예 도구, 기법, 가죽, 재봉기, 패턴 등 가죽공예를 하면서 체득하고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개인적인 시선으로 본지를 통해 소개키로 했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기대한다.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면 ‘이웃’의 숫자에 목을 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공통 관심사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던 블로그가 언제부턴가 과시나 상업성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얼마전 관련 정보를 찾다가 어느 블로그에 시선이 멎었다. ‘이웃 신청 일괄 거절’이란 다소 건방진(?) 내용이 블로그 대문에 올려져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할 수밖에. 카테고리를 샅샅이 살폈다.

과대 포장 일색인 여느 블로그와는 달랐다. 경험을 통해 기록 중인 실속있는 정보가 가득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웃신청 거절 이유는 “마켓팅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관심없는 분야의 이웃 포스팅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토를 달아 놓았다. 가죽공방을 꾸려가며 가죽패턴 강좌도 겸하고 있는 ‘가죽공방 시로가네’ 블로그의 운영자, 최명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의 가죽공방 인생은 시작부터가 남다르다. 가업도 아니고 스승으로부터 사사받은 적도 없다. 오로지 독학이 전부다. 한때 그는 가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컴퓨터프로그래머였다.

스물네살 때부터 서른여섯살까지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직장을 다녔고 회사를 그만 두기 3년 전부터 가죽가방에 마음이 이끌렸다. 그때부터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주중엔 직장, 주말엔 자신의 가죽공방에서 지내다가 2009년 본격 가죽공방에 올인했다. 그러나 가죽을 좋아만 했지 정보는 전무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카페이고 블로그였다. 했던 일이 컴퓨터 쪽이었기에 우선 정보를 취합해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과 공유했다. 당시 ‘가죽공예’를 검색하면 굉장히 칙칙한 칼라에, 염색에, 카빙 조각같은 문양에, 터프하게 칭칭 감는 식의 바느질 된 가죽제품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그가 카페를 열자, 특색있는 가죽가방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접속해 응원을 했다. “힘을 얻은 거죠. 인터넷 검색과 관련된 외국 전문서를 구해 열심히 읽고 번역해 카페 회원과 블로그에 공유했지요. 회원들 역시 자신만의 노하우나 고급 정보를 올려 놓아 가죽에 대한 공부의 깊이를 더해가게 된 겁니다,” 그를 가죽가방의 세계로 유혹한 것은 일본 ‘HERZ’와 독일 ‘BREE’라는 가방 브랜드다. 블로그 대문에 걸린, 꽁지머리에 콧수염이 어설픈 자신의 캐릭터에서 그의 자유분방함을 엿볼 수 있듯 두 브랜드 공히 터프하면서도 지유분방함이 묻어나는 유니크한 디자인이다. 일본 ‘HERZ’와 독일 ‘BREE’의 가방을 보면서 가죽소재와 장식 그리고 패턴과 바느질을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데 골몰했다. “처음엔 공구 이름도 몰라 검색해 볼 수도 없었어요.

특히나 가죽 공예 쪽이 기술전수에 있어 상당히 폐쇄적이죠. 필요한 공구를 찾는게 아니라 이런 기법에 어떤 공구가 쓰이는지를 먼저 깨우쳐야 하다 보니 훨씬 배움이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저 혼자 고민했으면 중도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다행히 온라인을 통해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때로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기술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입문 초기, 가방 공구 중 특히 자주 쓰이는 구멍 뚫는 공구 ‘히시메우치’를 몰라 쩔쩔 매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직접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어떠한 공구를 들이대도 척척 사용법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해박하다. 가방 패턴 역시 스스로 공부했다. 일단 만들어 본다. 한계에 부딪히면 고민한다.

이게 그의 돈키호테식 접근법이다. “가방 모서리 라운드 부분의 패턴값을 계산해야 하는데 혼자 아무리 고민해봐도 해결이 안됐어요. 샘플실을 운영하는 분께 자문을 구하기 위해 그의 작업실에 한달간이나 다녔어요. 결국 곡선의 길이 계산을 배웠지요. 문제는 주먹구구식, 즉 ‘적당히 하면 된다’라고 하던군요. 그러나 제게 배우는 분들께 ‘적당히 하면 된다’’라고 할 수는 없어 저는 새로운 패턴을 만들때 수학적으로 풀려고 연구를 한거죠. 실은 가방 제작할 때 그 정도면 정작 만들어 놓으면 티도 안 나지만 그래도 전문가적 자존심 때문에 늘 원리에 따랐어요. 이 원리를 바탕으로 지금은 3D 패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가죽의 스킬에 관한 텍스트를 찾기 어렵다며 가죽공방을 운영하려면 가죽의 성질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가죽 취급업체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입가죽을 많이 접하게 됐죠. 사실 수입가죽에 대한 저 나름의 기준이 있었어요. 일본의 가죽공방들이 주로 쓰는 가죽은 주로 10가지 내외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 가죽들을 수입해야 하는데 회사들도 각각이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양도 아니다보니 애로가 컸지요. 마침 ‘반도피혁’이라는데서 당시 유일하게 베지터블 통가죽을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를 계획적(?)으로 자주 드나들며 소량이지만 가끔 구매하며 담당 직원들과 친분을 쌓았지요. 이후 반도피혁을 퇴사한 담당 과장이 가죽수입을 새로이 시작하면서 카페회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고급 가죽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게 된 거죠.

가죽은 많이 만져 보는 만큼 전문가가 된다는 사실도 터득하게 된 겁니다. (베지터블 가죽이란, 소가죽이나 양가죽, 염소 가죽 등을 가공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중 불순물 제거하고 사용 가능한 가죽으로 가공하는 테닝과정이 있다. 주로 중금속인 크롬을 많이 이용한다. 이 과정을 식물성 탄닌 즉, 베지터블 탄닌으로 가공한 가죽을 말한다) 짧은 시간, 그의 가죽공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 미처 다 옮기지 못한 내용은 본지 11월호부터 새롭게 연재되는 ‘최명호의 가죽공방’(가제) 코너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