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 변화, 디자이너와 상생이 답이다

24시간 돌고 도는 동대문 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동대문시장이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일 생산이 가능한 봉제공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대문 쇼핑타운과 대표적인 도매상가인 청평화, 디오트, 디자이너 클럽 등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봉제공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생산 공장을 찾아야 한다. 봉제공장과 유기적인 협업을 위해서 쇼핑상가 내 매장들은 대부분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제품 생산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디자인 경력 10년차인 이상미 디자이너는 동대문의 경우 디자인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 생산 전반을 다 돌봐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디자인 업무 외에도 봉제공장과 조율하여 제품이 제때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출근하면 먼저 최근 판매수량을 체크하고 원단의 컬러와 재질을 선택 후 디자인 시안을 제작해 봉제공장에 의뢰합니다. 이후 원단 및 부자재 발주 등 혼자서 많은 일을 다 체크하려면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도 상당히 소모되는 편이에요. 원부자재가 입고되었는지 확인하고 샘플이 나오면 체크하고 생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쉴 틈이 없어요. 봉제공장 서너 군데를 매일같이 다니면서 얻는 장점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생산과 공장운영에 대해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시장 디자이너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시장조사를 나가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나 유행에 따라 디자인 변화에 민감하다. 대부분 의류매장은 하나의 상품이 인기를 끌면 단 2~3일 만에 디자인을 카피해 똑같은 상품을 진열한다. 디자인 카피가 심한 이유는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인데, 다른 매장에서 그 제품이 성공하면 그만큼 시장성이 있어 실패 확률이 적다. 이처럼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단순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디자이너 의사가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이 디자이너는 이야기한다. “과거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사입삼촌’이 다른 매장 제품 두어 벌을 사들고 와서 카피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버젓이 디자이너라고 있는데 자존심 상당히 상했어요. 컨폼을 끝내고 샘플 작업에 들어갔는데 완성되어 나올 땐 전혀 다른 옷이 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재단사 실수인가 싶어 물어봤는데 사장님 지시에 의해 고쳤다는 겁니다. 의논 한 마디 없이 마음대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무시당하는 기분이라 그만둘까도 생각한 적이 있어요. 다행히 최근에는 디자인 카피가 줄어드는 편이고 디자인 개발에 투자도 늘어나는 분위기죠.” 동대문시장 디자이너의 경우 2년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이직률이 높으며, 시즌 별로 히트 상품이 있어야 디자이너로서 일하기 수월하다. 시장이 좁고 한정적이다 보니 디자인을 잘 뽑아 히트 상품으로 매출이 높을수록 대우가 좋다. 동대문시장에는 정식 직원으로 소속된 디자이너도 있지만 프리랜서(아르바이트) 디자이너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정식 디자이너 외에 아르바이트를 2~3명씩 고용하는데, 의류학을 전공하는 학생(대부분이 4학년), 도매시장부터 배우면서 올라온 학원생, 하이패션 디자이너, 디자인실 실장 등 다양하다. 이들은 동대문 도매시장 2~3군데 매장에서 디자인을 해주고 있는데 보수는 경력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경력과 능력이 있는 메인 아르바이트 디자이너의 경우는 보수가 상당히 높다. 매장에서는 보수를 많이 지급하더라도 경력이 많은 디자이너를 쓰려고 하는데, 이들은 히트 상품이 없어 어려울 때 주 1~2회 미팅으로 가끔 빅카드를 잘 제시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취업은 보통 인맥 소개나 동대문시장 구인ㆍ구직 사이트인 동타닷컴, 동대문닷컴 등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학력이나 외모보다는 나이와 경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매장에 따라서는 6개월 경력도 우대하는 경우가 있으며,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열정을 보고 뽑기도 한다. 동대문 디자이너들은 대부분은 독자적인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해 독립하길 원하지만 자체 브랜드 런칭부터 성장시키기까지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최근 동대문 쇼핑몰인 ‘롯데 피트인’이나 ‘두타’ 등에서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동대문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또한 서울시와 의류패션 관련 기관에서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 및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동대문 쇼룸’ 등 디자이너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높임으로써 국내외 판로확대를 도모하고 나섰다. 국내 유일무이 패션 메카인 동대문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디자이너들이 개인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와 다양한 지원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張喜雄 記者] chang@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