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의무화, 영세 의류봉제업체 ‘부글부글’

최근 시행된 ‘전안법’ 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데...

최근 공산품 및 전기제품에만 적용되던 전기안전관리법이 의류나 가방 등으로 확대되면서 의류봉제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을 살펴보면 전기용품, 유아복 등에 한정되어 있던 KC인증 대상을 의류, 신발, 잡화 등 신체에 접촉하는 생활용품 대다수로 확대시켰다. 또한 인터넷 판매자의 경우에는 국가통합인증(KC인증) 정보를 쇼핑몰에 게재해야 판매가 가능하며, 의류 제조ㆍ판매자의 경우에도 원단이 다르면 재킷, 바지, 티셔츠 등 개별 품목에 대한 KC인증서를 각각 받아야 한다.

문제는 KC인증을 받으려면 건당 작게는 10〜3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업체의 규모에 따라 30~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세 의류 상인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인증서 게시 의무화를 내년 1월로 유예하였지만 성난 영세 의류상인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초 동대문 도매시장인 동평화 상가를 찾았다.

다양한 원부자재 사용 시, 인증비 수십만 원 육박

동평화 패션타운 3층에 위치한 여성복 도매 전문 M사 김 대표는 전안법 시행으로 인해 벌써부터 생계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대다수 거래처가 온라인 사업자인데 전안법이 시행되고 매장을 찾는 사람뿐만 아니라 단속에 걸릴까 하는 우려 때문에 쇼핑몰 주문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더군다나 원자재비용 보다 KC인증을 위한 검사비가 더 들어 가는 상황에서 원가가 오르면 도매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됩니다. 가격이 오르면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어 도매시장 상인들한테는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소량 다품종 추세에 따라 도매업체가 일주일에 취급하는 신상품은 평균 5~8개로 한달 평균 20~30개의 신상품이 출시된다. 한 품목씩만 인증 받아도 원단에만 월 200~1,00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또한 전안법 시행으로 검사를 받는 시간도 일주일 이상 추가로 소요되어 시장 흐름과 동떨어지게 된다. 일부 상인들은 모델별로 각각 검사를 받아야 하고, 지퍼나 액세서리 등 부자재들도 컬러별로 각각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영세 업체들은 이겨낼 수 없는 법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상황에서 각 의류시험기관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KC인증을 문의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는데 인증 절차와 인증 비용 등의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따르면 KC인증은 최종 완성품에 한해 이루어지고, 기본 무지 티셔츠의 경우 5~6만원의 검사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색상이 다르면 동일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면 티셔츠라도 각각 염료 검사를 추가적으로 받아야 하며, 완성품에 한 가지 이상의 원단이나 다양한 부자재가 사용되었다면 인증 비용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시즌 성수기 오더량 감소, 인근 봉제업체 타격 커 

한편 도매시장 판매가 저조해지자 이들에게 의류를 공급하는 봉제업체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 인근 신당동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현우사 정형욱 대표는 전안법 시행으로 시장 오더가 줄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시행초기라 유예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거래처들이 몸을 사리다보니 재고만 쌓이고 신규 오더가 없어 고충이 상당합니다. 특히 단체복은 시즌 장사라 봄 시즌에 맞춰 생산해야 하는데 막상 생산을 미리 하더라도 판매가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할 뿐입니다.” 이어 그는 판매업체에서 KC인증 의무를 위반해 단속이라도 나오면 일대 봉제공장들은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출했다.

브랜드 업체의 경우 자체 인증 시설을 갖추고 있어 KC인증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영세 의류업체의 경우 KC인증을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전안법 시행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영세 의류봉제업체들의 고충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영세 의류상인들의 반발을 산 일부 조항의 시행을 연말까지 미루기로 하고 연내 개정안을 다시 만들기로 합의했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동대문 상권에 전안법 시행으로 인한 영세 의류봉제업체들의 고충은 상당하다. 영세 의류봉제업체들의 부담이 완화되도록 업계와 정부가 적극 검토하여 현실에 맞는 ‘전안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張喜雄 記者] chang@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