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기 소리 끊기면 인력도 동요

비수기에 일감 없어도 공장 문 닫지 않는 봉제공장들의 속사정 | 2017년 2월호 적색경보

서울 광진구 중곡동 소재, 여성의류 토탈생산업체인 A사는 요즘 비수기를 맞아 일감이 줄어들어 한가한 편이다. 공장 내에 할 일이 별로 없지만 동사는 문을 닫지는 않는다. 주변 많은 공장들이 일감이 없을 때 공장 문을 아예 닫고 휴업에 들어가는 것과는 다르게 동사는 웬만하면 공장 문을 닫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문을 닫고 휴업을 하는 것이 오너 입장에서는 손해가 덜 나는 편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직원들 때문이다. 대략 10~15명가량의 인원으로 가동하는 공장인데 이중 4대 보험에 가입된 정식 직원은 2명뿐이고 나머지는 일당을 지급하는 인력들이다. 일당을 받는 직원들도 상당수가 오랫동안 공장에서 함께 일해 온 이들이 많다.

손해 나는 오더라도 직원들 때문에 진행

비수기가 지나 성수기가 되면 꼭 필요한 인력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장을 가동한다고 동사 K사장은 이야기한다. “비수기인 지금 받는 오더는 사실 단가도 맞지 않고 만들어봐야 직원들 임금 주기에도 빠듯합니다.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일하지 않는 것이 전체 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익이지만 일당제 직원들은 비수기 몇 달을 쉬면 생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 인력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손해 보는 오더라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순전히 직원들 임금이라도 주기 위해서 공장 문을 연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의 여성복 생산업체인 Y사는 재래시장 제품을 주로 하고 있는데 핵심 기능 인력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들다. 대략 20여 명의 인력으로 공장을 가동하지만 이중 꼭 필요한 5명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일당제 직원으로 채우고 있다. 동사는 재래시장의 특성상 오더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급할 때 필수 인력이 없으면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

비수기에 일감이 없어 재봉기가 거의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문을 닫고 휴업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일당제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더라도 정식 직원들은 출근을 시키는 편이라고 동사 관계자는 이야기한다. 공장 문을 오래 닫거나 임금 지급이 불안정하면 핵심 인력들도 이직을 고민하기 때문에 이탈을 막기 위해서 비수기에도 손해를 감수하며 공장 문은 연다고 밝힌다.

비수기, 공장 문 닫는 것이 오히려 이득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다이마루 업체 G사는 올해 초 오더가 없어 보름 이상을 공장 가동을 하지 않았다. 비수기가 시작되면서 공장 문을 닫는 날이 오히려 많아졌지만 인력 3명에 대해서는 책정한 월 임금은 지급하고 있다. 이들 3명 중 정식으로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원은 2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일당제 직원이지만 기능이 좋아 월급 명목으로 일하지 않은 날에도 지급하고 있다. 일당제 인력임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이유 역시 성수기에도 함께 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공장 가동 상황이 최악임에도 임금은 제대로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동사는 몇 달째 계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적자는 쌓여가지만 당장 공장 문을 닫을 수 없는 처지라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요즘 봉제공장들이 대부분 오더 부족으로 힘들어 하고 있지만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비수기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 문을 열거나 일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더 부족에 기능 인력난이 겹쳐 생겨난 결과이지만 앞으로도 기능 인력 부족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보여 해결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지자체를 비롯해 봉제 관련 단체와 기관에서 봉제 기능인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인력 양성 사업을 일부 시도했지만 실효성 있는 결과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 기능 인력 부족 상황이 지속될수록 봉제공장들의 운영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봉제공장들이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업계를 둘러싼 관계자 및 관련 당국이 지혜를 모아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