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결제기간 길어, 봉제공장들 시름

경기 침체로 의류 브랜드의 어음 결제 기간이 점차 길어진다는데… | 2017년 1월호 적색경보

불황이 길어지면서 의류 브랜드보다 재래시장 제품 생산을 선호하는 봉제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제 방식의 차이 때문인데 최근 경기 불황 여파로 의류 브랜드들의 어음 결제 기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류 브랜드의 결제가 경기 여파로 길어지는 등의 불리한 방향으로 가는 반면 재래시장의 경우에는 결제가 일주일 단위로 정확히 이뤄지기 때문에 경영난에 몰린 공장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동대문 일대, 종로구 창신동을 비롯해 중랑구 면목동 일대 공장들의 경우 결제가 짧은 재래시장 제품 오더를 더 반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랑구 면목동에서 여성 의류 토탈 생산업체인 A사는 브랜드 제품보다는 재래시장 오더를 우선적으로 생산한다고 이야기한다. “의류브랜드와 재래시장 오더 중 한 가지를 선택할 경우에 시장 제품을 우선합니다. 저희가 거래하는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전자어음을 지급하고 있는데 길면 2달 정도의 어음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받은 어음은 당장 인건비 지급이 급해 손해를 감수하고 은행에서 할인을 받아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사실상 손해보고 일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같이 일거리가 없는 경우에는 이런 오더도 마다할 처지가 못 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봉제공장들이 어음 받아 은행에 보관하여 결제 기일이 도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은행 대출도 안 되고 자금 융통할 방법이 별로 없는 공장들은 당장 급한 인건비 지급 때문에 받은 어음을 곧바로 할인해 자금 융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의류 브랜드들이 지급 기간이 늘어나는 등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반면 그나마 재래시장의 경우에는 일주일 단위로 결제가 이뤄져 봉제공장들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여성 의류를 생산하는 P사는 도매상가인 제일평화시장의 업체와 거래가 많은 편이다.

이곳으로 납품하는 의류는 납품 후 일주일 안에 결제가 정확히 이뤄져 임금 지급이나 기타 운용자금 사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결제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수량도 많고 리오더도 잘 나오는 편이라 공장들이 솔직히 더 선호하게 된다고 이 업체 관계자는 밝혔다. 브랜드의 경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결제 기간 증가는 물론이고 일부 업체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곧잘 들리지만 재래시장은 일주일 단위로 결제가 이뤄져 오히려 위험 부담이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봉제공장 관계자들은 과거 구제금융 여파를 겪은 이후 어음 결제의 폐단이 많이 개선되는 추세였다가 최근 경기 사정으로 오히려 결제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어음 결제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봉제공장들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변에 의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유명 의류 브랜드가 봉제공장들에게 어음 지급과 관련해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 업체는 어음 지급과 관련 어음할인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함께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 업체는 협력업체에게 60일 이상의 어음을 지급하고도 어음할인료는 물론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어음 결제와 관련 봉제공장들이 받는 불리함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요즘 재래시장 제품 품질이 오히려 백화점 보다 낫다는 말이 유통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결제가 유리한 재래시장 제품에 봉제공장들의 정성이 더 들어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문제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