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원 | 장미라사 대표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 반세기 넘는 명맥 유지

중구 새종대로에 위치한 맞춤 신사복 전문 업체 장미라사(대표: 이영원)는 맞춤양복의 역사를 함께 해오며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맞춤 수제 양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동사의 이영원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1970년대만 해도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양복점이 눈에 보일 정도로 호황기였다. 외국의 유명 인사들도 한국에 들르면 양복부터 맞추러 갈 만큼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맞춤양복 기술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80년대 중후반부터 기성복에 밀린 양복점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현재 명맥을 이어가는 양복점은 손에 꼽힐 정도만 남아있다.

# 국내 섬유산업 시초에서 탄생
장미라사는 제일모직에서 태동했다. 1950년대 국내 섬유산업은 싹도 트지 않았던 시절로 양복 한 벌 값이 월급쟁이 봉급의 석 달 치를 넘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수입의존도 80%인 모직을 국산화하기 위해 1955년 소모공장을 시작으로 방모, 염색, 가공 등 공장을 잇달아 준공하고 본격 생산에 나섰다. 1956년 제일모직에서 생산한 원단 성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내부에 테스트팀을 만들고 옷을 만들어본 게 시초다. 당시 제일모직 회사 꽃이 장미여서 그냥 ‘장미라사팀’이라고 이름 붙인 게 사명이 됐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라사는 구라파를 뜻하는 ‘라’에 직물 ‘사’자가 합쳐진 단어로 ‘서양 직물이나 옷을 파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요새 패션업체 상호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장미’는 또 어떻습니까? 남자 옷에 웬 장미? 하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장미라사’ 이름을 고집하는 건 한국에 장미라사처럼 6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장미라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장미라사팀에 배속되면서 부터다. 11년 뒤인 1988년 제일모직은 장미라사를 분사시켰다.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전 계열사에 걸쳐 ‘월드 베스트’ 전략을 추구하던 시절 당시 맞춤양복 분야인 ‘장미라사’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 대표는 장미라사에 그대로 남아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세상은 기성복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외환위기 무렵에는 시내 유명 양복점들의 명맥도 하나둘 끊어지고 있었다. 분사는 장미라사에 위기면서 기회였다.

# 성장통 그리고 새로운 도전
이 대표는 분사가 확정되고 기성복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삼성물산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제일모직 원단만 쓸 수 있었습니다. 완전 독립된 후에는 이탈리아, 영국 등 섬유 선진국 원단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기회로 삼아보자고 결심했어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직원들을 섬유패션 선진국으로 많이 보내 디자인과 봉제기술 교육을 새로 받고 오게 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또한 이 대표는 중ㆍ고가 제품으로는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초고가 시장에 도전, 판매 직원도 모두 패션 전문가로 교체했다. 일부러 손님을 줄이고 생산 규모도 줄여 이탈리아 공방(工房)식으로 제작했다. 원단도 이탈리아에 직접 주문해서 썼다. 단추도 천연 소재나 고가의 금속 단추 등 비싼 소재를 쓰기 시작했다. 인수 당시는 40~100만 원대 중ㆍ고가 양복이 주종이었으나 이 대표가 맡으면서 200~300만 원대 초고가 브랜드로 변신했다. 현재 장미라사 직원은 재단사가 4명, 디자이너 8명, 숙련된 봉제공이 10여 명을 포함해 40여 명에 이른다.

#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비스포크’
‘장미라사’에서 제작하는 맞춤 양복을 가리켜 ‘비스포크’라고 한다. ‘말하는 대로(be spoken for)’라는 영어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반 맞춤의 ‘MTM(Made to Measure)’과 같은 뜻인 ‘수미주라’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패턴을 두고 사람의 사이즈에 맞춰 조금씩 변형하는 반 맞춤 제작 방식과 달리 비스포크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한다.
이 대표는 입는 사람의 체형부터 목적과 습관, 성격 등이 전부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같은 사람의 체형도 오른팔이 더 길거나 어깨 너비도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되지 않습니다. 오른손잡이 투수의 경우 오른팔 근육이 더욱 발달된 것처럼 개인의 체형 및 습관을 모두 반영해야만 합니다. 고객이 착용하고자 하는 목적과 상황, 고객에게 잘 어울리고 원하는 디자인, 핏, 각 부위별 디테일 등을 모두 꼼꼼히 체크합니다.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의 성향,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서포트를 해주고 있습니다.”

<기사의 전문은 월간 봉제기술 2016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