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 Intertextile / Yarn Expo 2019 추계 전시회

“원자재부터 패션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소싱의 장”
지난 2019년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상하이 NECC에서는 Intertextile 2019 추계 전시회가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이 전시회는 Yarn Expo Autumn, CHIC, PH Value 와 동시 개최돼 성황을 이뤘다. 섬유, 원단 뿐 아니라 봉제사, 데님, 부자재 등 봉제 관련 부스도 다수 참가해 볼거리가 풍성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Intertextile 2019 추계 전시회의 규모는 상당했다. NECC는 네잎 클로버 모양의 4개 건물 구조에 전시관이 2개씩 배치되어 있고 각각 전시관은 2층으로 구성되어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이 중 10개 홀을 차지해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섬유, 의류 분야의 비즈니스 전시회이기는 했지만 패션 관련 전시회도 함께 열린 탓인지 젊은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많이 보였다. 전시장 입구는 하루종일 방문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전시회의 키워드를 한 단어로 말하라면 단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업체의 업종, 규모, 지역에 상관없이 지속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는 업체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전시장을 휘감는 화두였다. 이에는 윤리적인 이유와 실용적인 이유가 같이 자리한다. 근래 들어 환경 오염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 환경 운동자들만이 아닌 일반 대중과 기업들의 관심이 커져 이제는 환경 문제에 대한 노력이 하면 좋은 선택의 위치에서, 안 하면 타격을 입는 필수적인 위치로 옮겨왔다. 이와 함께 생산 환경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대했다. 공장 작업 환경, 인권, 임금 등을 깐깐하게 따져 일정 수준 이상을 만족시키는 제품만을 받아들이는 국가와 기업과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이렇게 환경과 윤리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원자재부터 완성된 제품의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걸친 지속가능성 조건을 맞추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본격화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이제는 기업의 경쟁력이 비용, 품질, 기술 뿐만 아니라 서플라이 체인 전 과정에 걸친 지속가능성의 구현에도 있다는 명제를 선명히 보여주었다. 이번 인터텍스타일 추계 전시회는 여느 때와 같이 CHIC 의류 전시회, 추계 얀 엑스포, PH Value 3개 전시회와 동시 개최되었다. 원사, 원단, 부자재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생산 공정 전과정을 한자리에 결집시켜 소싱의 편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시 주최측의 의도가 엿보였다.

때마침 봉제 기계 전시회 CISMA 2019 역시 같은 기간에 상하이에서 열려 섬유, 의류 종사자들의 관심을 상하이로 집중시켰다. Intertextile 추계 전시회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33개국, 4,422 전시자가 출품한 전시회에는 120개 국에서 89,662 명의 방문객이 찾아 전년 대비 약 15%의 성장을 보였다. 함께 열린 Yarn Expo 추계 역시 역대 최고인 14개국 543 전시자가 출품했고 19,155 명의 방문객이 입장했다. 특히 방문객 국가 수가 전년 대비 103개에서 120개로 늘어나 다양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25일 열린 개회식의 기념사는 공동 주최자인 메쎄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한 Detlef Braun 상임이사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섬유 부문 의장인 Xu Yingxin 씨가 맡았다.

이들은 1995년 처음 행사를 시작했을 때 123개 전시 참가업체로 작은 공간을 겨우 채웠던 전시회가, 25년만에 이렇게 크게 성장한 데 대한 기쁨과 감사를 전했다. 4.1과 5.1홀은 국제관으로 편성돼 한국, 일본, 대만, 독일, 이탈리아, 인도, 파키스탄 등의 국가 전시관이 자리잡았다. 한국관은 5.1홀에 한국패션소재협회, KOTRA 주관으로 55개사 77개 부스 규모로 자리했다. 또한 한국섬유수출입협회 지원 13개사, 한국섬유마케팅센터 9개사 등의 부스 역시 설치되었다. 한국관의 규모는 다른 나라에 손색이 없었지만,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점, 좀더 한국을 강조할 수 있는 테마의 부재 등은 아쉬웠다. 기자단이 하루종일 들락날락하는 프레스 센터에도 일본, 대만 등은 잘 정리된 형태의 보도자료를 비치해 놓은 것에 비해 별다른 한국 관련 자료가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8.2홀에서는 Yarn Expo 전시가 진행되어 다양한 종류의 원사와 파이버를 선보였다. 특히 의장사, 특수사, 재생사 등이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패션관만큼 일반인이 몰리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비즈니스 상담과 네트워킹이 일어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면화 생산국들의 마케팅과 로비도 치열했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의 면화 관련 기관 및 기업들은 부스를 마련해 자국 면화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국면화협회의 추적성 관련 신기술 소개였다. 최근 들어 투명성, 추적성, 지속가능성은 공급 체인의 어느 위치에 속한 기업에게도 중요한 문제인데, 미국면화협회는 Oritain이라는 기술을 채용, 공급 체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미국 면화를 쉽게, 저비용으로 추적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받았다.

4.1홀에는 Elevate Textiles가 부스를 장만, 새로운 브랜드 홍보에 열중했다. 동사는 재봉사로 친숙한 A&E를 비롯 Burlington, Gütermann, Cone Denim, Safety Components 등 5개 브랜드를 모아 작년에 새로 출범한 회사다. Per-Olof Loof CEO가 직접 나와 회사와 제품을 소개했다. 업력을 합치면 수백 년에 달하는 유명 브랜드들을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고 알리는 일이 쉽지 않은 모험이지만, 각 브랜드의 이름은 유지한 채로 시너지를 발휘, 뛰어난 제품 개발과 지원을 약속할 테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세계를 돌며 생산 현장과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Loof CEO는 특히 아시아 곳곳에서 뛰어난 인적 자원과 경쟁력을 발견해 기쁘다면서 자신의 임무는 이들을 잘 연결해 높은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levate Textiles

홍콩 기업 Novetex는 의류 재생 기술을 선보였다. 다양한 소재의 옷들을 분해, 재가공해 원사를 뽑아내는 기술이었다. 면, 화학섬유는 물론 울, 캐시미어 등의 고급 소재도 재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기술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고급 소재의 경우, 경제적 효과도 크다고 전했다. 6.2홀에서는 부자재 전시가 크게 열렸다. 지퍼, 단추, 패드, 라벨, 테입, 가죽 등의 액세서리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지퍼 생산 업체의 수가 예상 외로 많았고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7.2홀에서는 데님 전시회가 열렸다. 염색, 가공, 소재, 디자인까지 데님에 관련된 여러 기술들이 소개되었고 부스도 창의적이고 고급스럽게 꾸며 눈길을 끌었다.

미국면화협회

이번 전시 기간 중 전시장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함께 했던 각국 기자단 및 토론회 등을 통해 만나게 된 해외 인사들과의 대화였다. 대만, 인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온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각국의 섬유, 의류 산업 현황, 장단점, 걱정거리 등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의류 생산 및 소비 양식의 변화였다. 패스트 패션,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의류 소비량과 비용은 줄고 있고 이는 선진국에는 실업을, 중후진국에는 비용 절감 압력으로 작용하며, 주소비 국가인 선진국의 실업으로 인한 소득 저하 및 소비 저하가 다시 의류 생산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관찰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편으로 지속가능성, 환경문제 인식 고양, Z세대의 출현으로 인한 윤리적 소비 대두 등으로 저비용만을 경쟁력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인식도 같이 했다.

라운드테이블

한편, 전시회의 호스트국인 중국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생산 시설이 동남아 등지로 많이 빠져나갔다 해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섬유, 의류 생산국이다. 또한 14억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초대형 시장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며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베트남, 에티오피아, 미얀마, 이집트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미 단행했고, 이런 확장 행보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지속가능성, 점점 존재감을 더해가는 중국, 미중 무역 분쟁, 인건비 상승, 기술의 발달과 소비의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다각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에서 섬유 의류 산업은 매우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일까? 끊임없이 정보를 캐고 미래를 예측하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섬유 의류 산업 종사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