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MA 2019 현장 스케치 | 성큼 성큼, 기세 매서운 중국 봉제기계

규모만큼 볼거리 많았던 중국 상해, CISMA 2019 이모저모
세계 최대 규모의 봉제기계 전시회 CISMA 2019(China Int’l Sewing Machinery & Accssories Show, 중국국제봉제기계전시회)가 지난 9월 25일 개막, 27일까지 상해신국제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이에 본지는 참관단을 구성, 2박 3일 일정으로 직접 전시회장을 찾았다. 다양한 첨단 장비와 참가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던 CISMA 2019의 생생한 현장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상 최대 봉제기기 전시회’, 흔히 중국상해국제봉제기기전시회 CISMA를 수식하는 말이지만 실제 현장을 보기 전까지는 쉽게 체감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스마트 봉제기술 및 솔루션”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1,4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했으며 140,000 평방미터(㎡)규모로 개최됐다. 14만 평방미터가 어느 정도의 넓이인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한민국의 학교시설·설비기준령(대통령령 13735호)에 따르면 600인 이하의 고등학교 운동장 기준면적은 4,400㎡이며 이는 가로와 세로가 각 67m 가량인 운동장의 넓이와 같다. 이와 같이 계산하면 CISMA의 전시 면적은 단순 비교해서 고등학교 운동장의 약 32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본격적인 봉제 전시회를 처음 참관하는 기자로서는 전시회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지상 최대의 봉제기기 전시회’라는 말을 체감하게 됐다. 넓고, 사람과 기계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GT KOREA 이외에 봉제기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시회가 없었으므로 그동안 전시회에서 본 봉제기계는 섬유기계 중심 전시회에서 간혹 보이는 한두 기종뿐이었다. CISMA는 달랐다. 원하는 만큼 재봉기를 볼 수 있었고 어떤 특수한 재봉기라도 찾아낼 수 있었다. CISMA 2019는 상해신국제전시장 W1~W5관, E1~E7관을 합쳐 12개 관 규모로 개최됐고, W1~W5관까지가 온전히 재봉기만을 위한 관이었다.

상공에서 전시장을 바라보면 전체 관은 W관이 일렬, E관이 일렬로 배치되어 V자를 이룬다. 그래서 V자 형태로 배치된 전시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었는데, 다리를 멈추지 않고 전시장을 일직선으로 가로질러도 전체 전시장을 도는 데 25분은 걸렸다. 물론 전체 부스를 다 돌아보는 건 2박 3일로도 턱없이 부족했다. 과연 의류 제조 강국에 걸맞은 규모다웠다.

첫날 아침 진행된 개막식에서 중국봉제기계협회 측은 “업계가 전시회를 통해 자원을 통합하고 합의를 도출, 협업에 대한 요구를 충족했으며 독립적이고 핵심 기술을 갖춘 수많은 지능형 봉제 제품이 다양한 ‘봉제+인터넷’ 운영 및 서비스 모델을 탐색하고 시도하고 있다”며 “CISMA는 계속해서 업계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확대하고 가치를 창출해 상생 협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W의 5개관은 글로벌 브랜드, 현지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재봉기가 출품됐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항상 ‘비슷한 자리에 비슷한 이미지로 위치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이었다.

조제(ZOJE)잭(Jack), 리치피스(Richpeace)를 비롯해 부라더(Brother), 쥬끼(JUKI), 썬스타(SunStar), 페가서스(PEGASUS), 야마토(Yamato) 등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규모 부스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중국 상공 그룹의 경우 독일의 파프(PFAFF), 뒤코프, 아들러(Dürkopp Adler) 등 유명 자회사 브랜드들과 동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그런 글로벌 브랜드 주위로 이른바 ‘짝퉁’ 브랜드들이 대거 출품하기도 했다. 유명브랜드에서 철자 한 두개만 다른 유사 브랜드가 대형 부스를 내고, 심지어 원래 브랜드와 같은 관, 비슷한 위치에 출품하기도 했다. 쥬끼의 경우 기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유사브랜드만 4개가 넘었고, 썬스타의 경우 브랜드 영어 표기에 쓰인 폰트 글꼴과 색상까지 비슷한 유사업체가 목격되기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노골적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든 한편, 그런 유사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와 맞먹는 덩치를 가지고 영업활동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격적인 영업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까지 합쳐져 당분간 기세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 이러한 브랜드들은 해외에 가서도 필연적으로 중국 자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글로벌 확장성 부분에선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은 규모가 대단하지만 20년, 30년 뒤에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다. 유사 브랜드를 제외해도 전체적으로 중국 재봉기 브랜드의 비중이 확 늘어난 것은 틀림 없으며, Nanbang, Zusun, Jema, JAKI, Seastar, Honyu 등 다수의 현지 재봉기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 규모로 참가한 모습도 보였다.

‘짝퉁’ 브랜드 대규모 전시 참가 브랜드 로고 글꼴․색상까지 판박이

재봉기 분야의 전체적인 기술의 진전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감각으로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보조해주는 재봉기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이전 제품보다 더 발전한 기능, 나아진 성능을 자랑했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는 ‘보조’ 역할에 국한된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재봉기 분야의 기술향상은 이를테면 1.5TB 용량의 하드 디스크가 2TB 하드 디스크로 발전된 것과 같은 양상을 띠었다. 최근 전시회들을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4차 산업혁명, IoT, 자동화, 스마트화지만 이러한 키워드를 가진 제품들은 확실하게 진일보했다고 평가하기엔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로봇팔이나 자동화기계를 이용한 무인봉제를 선보이는 브랜드가 일부 있었는데, 청바지 뒷주머니 다는 무인 자동화장비가 일부 눈에 띄었다.

썬스타는 잔디자수기를 비롯해 SSFS라 이름 붙인 생산현황관리 시스템을 출품했는데, 라인별 생산량, 작업자별 정보 등을 생산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타사 제품도 적용 가능하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JUKI는 안정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재봉기를 선보였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재봉기 설정을 저장·적용하는 등 IoT 흐름에 힘을 줬다. ‘자동화’란 키워드와 관련해서는 E관의 각종 CAD/CAM 재단기와 행거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혁신적인 기술을 새로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관련업체 및 기계가 풍성해졌다. 이전까지 행거 시스템은 YIN, INA Systems 등 비교적 소수의 업체가 분포했었지만 이번 CISMA에 모습을 보인 행거, 패킹 시스템 업체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들은 대규모 부스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중국의 ET Systems의 행거 시스템도 모습을 보였다. CAD/CAM의 경우 렉트라(Lectra), 벌머(Bullmer), 하시마(Hashima), 시마세이키(Shima Seiki), 가와카미(Kawakami), 지보스(Gbos) 등 유럽 기업, 중국 기업, 일본 기업의 각축장이 펼쳐지며 재단기관의 규모 자체를 넓히고 있었다. 렉트라의 경우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 주문처리부터 원단 재단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업체의 경우 한국봉제기계공업협회 주도 하에 12개사가 한국관을 구성, E3홀에 참가했다. 참가사는 광운상사, 나원기계, WIT, 래빗초크, 성우감속기, 승일에이피씨, 엔티에이치프론티어, 은성전기(공업용 다리미), 은성피앤에스, 주교상사, 태우정밀, 호남미싱이다.

이 외에 썬스타, 로이바가 개별 부스로 참가했으며 파란 인터내셔널, 아리인포테크가 현지 업체 Gbos와 함께 참가했다. 은성전기는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지만, 앞서 말한 유사 브랜드가 은성전기의 브랜드 SilverStar를 그대로 도용해 개별 부스로 참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너무 당당하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다가 부스 형태도 비슷해 기자도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은성전기 관계자는 ‘어차피 저게 다 우리 홍보해 주는 격’이라고 웃어넘기기도 했다. 전체적인 CISMA 2019의 인상은 대체로 중국의 기계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다 정확하게는 중국인과 중국 ‘자본’의 약진이라 평하고 싶다. 전시회의 외연만 놓고 보면 CISMA 2019는 2년 전에 비해 규모, 참가사가 20% 증가했으며 중국 브랜드의 부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중국 거대시장․자본․네트워크 시너지 효과 영업활동 중심은 재래식 인적 인프라

이번 CISMA 2019 참관단과 함께

이는 중국의류제조업계의 성장이라기보다는 동남아, 남미 등 해외 봉제업 국가에 대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봉제환경의 경우 고도성장으로 최저임금이 증가했고, 탈중국 움직임으로 많은 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많은 악영향을 받았다. 세계 봉제시장에서 중국 자체의 지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편 최근 중국 자본의 해외 봉제투자는 심심찮게 들리는 뉴스가 됐는데, 이렇게 설립된 봉제업체가 자국 업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중국 기계업체들은 굉장한 어드밴티지가 있는 셈이다. 중국 내 인지도와 신뢰만 쌓으면 이전하는 중국인들이 설립하는 해외 공장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이 유통될 것이다.

거대 시장과 자본, 그리고 자국민 네트워크의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중국인들은 어느 국가에 가나 저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점이 이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IoT, 스마트화, 자동화는 최근들어 항상 제조업의 화두였고, CISMA 2019도 “스마트 봉제기술 및 솔루션”이 주제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재봉기를 만드는 것과 사용하는 것, 유통하는 것과 수리하는 것 모두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스마트하지 못한 재래식 인적 인프라로 이어져 있다. 각지에서 업계인들이 모여 한자리에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벌이는 모습에서는 항상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는지 없는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십 년 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과 명함을 주고받았을 테고, 그것은 아마 지금과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취재: 이백현 기자>

  • 참가업체 사진 하단 참조(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