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 | 이준도 | 대덕섬유 대표

에코백 열풍에 웨빙 스트랩도 '훨훨'

‘에코백(Eco-Bag)’ 매니아층이 생각보다 두텁다. 패션 트렌드로 어엿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가방(bag)의 합성어인 에코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코백이 대중화되면서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만들기가 쉽고 값이 싸 시장에 에코백이 넘쳐났다. 이 중엔 합성 원단으로 제작된 것도 섞여 있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환경문제 인식 확산으로 에코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되면서 수요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에코백은 대체로 천연 면 소재이기 때문에 땅속에서도 분해 가능하고 화학처리를 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어 캠페인 용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에 유명 커피전문점이나 대형 패션브랜드들도 앞다퉈 에코백을 출시하기도 했다. 에코백은 다양한 웨빙 스트랩이나 천 자체의 패턴, 로고 등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 에코백의 열풍은 쉬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부자재 업체에도 온기가 스며들었다. 이렇듯 에코백의 꾸준한 인기 덕분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에코백용 웨빙 스트랩을 전문으로 제직하고 있는 대덕섬유(대표: 이준도)다. 기자는 동사를 찾아 에코백 부자재인 ‘웨빙 스트랩’의 제직과정과 함께 이준도 대표의 40년 웨빙 인생을 들여다 보았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열넷 어린나이에 부산에서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같으면 미성년자 불법 고용이라 하여 어림없을 나이다. 테이프를 짜는 공장에서 심부름하며 기술을 익혔다. 열여덟살 되던 해에 무단 상경을 했다. 당시 먼저 서울에 올라와 테이프 직조 일을 하고 있던 동갑내기인 6촌 조카와 연락이 닿았다. 조카가 머물고 있는 기숙사에 따라가 밥도 얻어먹으며 며칠 빌붙어 있다가 웨빙스트랩 제조 공장을 소개받았다. 사실 부산에서 테이프 짜는 일을 했던 탓에 생초보는 아니었다. 또래보다 기술습득이 빨랐다. 나이는 어렸지만 자신감도 충만했다. 제직기술도 뛰어났지만 제직기계의 원리를 이른 나이에 익혀, 가동 중인 제직기가 멈춰서면 곧장 원인을 찾아 해결까지 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 중반 무렵, 서울 방이동에 공장을 임대해, 제직기 20여 대를 들였습니다. 꿈꿔 온 자영업의 시작이었죠. 그땐 에코백이란 말이 등장하기 전이었죠. 모든 가방 끈을 짜서 시장에 납품하고 가방공장과도 직거래했어요. 그러다보니 끈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를 포함해 스무명이 일할 정도로 공장 규모도 조금씩 키웠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급격한 경기침체로 오더는 줄고 재고는 쌓여 갔습니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가 2009년 경 지금껏 해오던 스트랩 제직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 사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웨빙 스트랩이죠”

일상이 곧 웨빙 스트랩이었던 그가 택한 건 생뚱맞게도 ‘돼지농장’이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인근에 터를 잡고 축사를 지어 돼지 키우기에 도전했다. “돼지 키우기는 어쩌면 업계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나 싶어요. 각자의 분야가 따로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그렇지만 깨달은 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부자재 업계 지인들이 자꾸만 부추겼습니다. ‘이 사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웨빙 스트랩 직조’라고요.” 1년 남짓 그렇게 외도를 한 후 잠시 호흡을 고르다가 2011년 초 다시 서울로 돌아와 본업에 복귀했다.

“강동구 상일인터체인지 인근에 기계 몇 대 들여 놓고 내 놀이터다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알음알음으로 거래처를 확보했습니다. 다시 시작하면서 ‘에코백’이란 걸 몰랐습니다. 지인이 찾아와서 실을 넣어줄테니 열심히 짜기만 하라더군요. 그 실이 장갑사였습니다. 지금껏 장갑사로 웨빙 스트랩을 짠 적이 없어 의아해 물어봤어요. ‘장갑사로 짠 끈이 어디에 사용되냐’고 물었더니 에코백에 사용된다고 했습니다. 거래처에 100% 면하고 혼방사로 짠 샘플을 갖다 줬는데 에코백 공장들은 하나같이 장갑사로 쓰겠다는 겁니다. 단가가 싼데다가 촉감도 좋아 그때부터 모든 에코백이 장갑사를 사용하게 된 겁니다.

에코백용 스트랩의 폭은 30mm짜리가 가장 일반적이다. (세폭 웨빙직기)

이를테면 제가 에코백에 사용되는 장갑사 스트랩 직조의 시조가 된 셈이죠. 이처럼 다시 시작할 때 때마침 에코백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주문이 넘쳐나다 보니 직기를 한 대 두 대 늘려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지인 의뢰에 의한 단순임가공에서 벗어나 직접 거래처 발굴에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에코백이란게 선풍적 인기몰이 중이더군요. 봉제공장 관련 사이트도 가입해 기웃거려보며 샘플도 올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연결되는 오더는 거의가 짤막한 것 뿐이어서 실속이 없었어요.

그 뒤 에코백 봉제공장을 몇 군데 수배해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샘플을 보자고 하더군요. 100% 면으로 짠 것과 장갑사로 짠 샘플을 제시했더니 혼방사로 쓰겠다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공장이 상당량 쓰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곳을 뚫어 놓으니까 입소문이 금방 퍼져 여기저기서 물건 달라고 아우성이었죠. 일이 넘쳐났습니다. 그러다가 옛날 방이동에서 공장할 때 거래했던 가방부자재 매장과 또다시 연이 이어졌지요.

방이동 공장 시절에는 임가공으로 거래했었으나 지금은 내가 100% 실을 사서 직조해 납품하죠. 우리가 짜는 것 중 70%가 이 매장으로 납품될 만큼 비중이 큰 거래처입니다. 웨빙(Webbing)이란, 자동차 안전밸트나 가방끈, 안전모자 안의 턱끈 애완견 목걸이 줄, 의류, 가방, 신발 등에 쓰이는 부자재로서 우리생활에 밀접하게 쓰이는 각종 끈을 말한다. 제직방법에는 평직, 이중직, 삼중직, 육중직, 능직, 다중직 등이 있고 용도에 따라 여러조직이 사용되며 원사로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PP, 면사 등으로 제직된다. 이처럼 다양한 웨빙 중에서도 그의 전문분야는 면과 폴리스판이다.

“웨빙 스트랩과 씨름해 온 햇수가 어언 40년이 넘었죠”

물론 웨빙세폭직기로 다양한 실을 이용해 제직이 가능하나 면을 짜다가 PP로 바꿔 짜라고 하면 기계와 부자재를 새로 셋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효율이 떨어진다. 에코백 하나에 스트랩은 통상 65cm씩 130cm정도 사용된다. 많이 쓰는 에코백 공장에서는 월 평균 10만미터 이상 사용한다. 대덕섬유의 주 거래처는 가방부자재도매상가이며 직접 이곳 공장에 와서 실어 간다. 일부 에코백 제작업체의 경우는 직접 납품하기도 한다. 스트랩 한 롤은 100m다. 대덕섬유의 일 생산량은 1만m로 100롤 정도다. 에코백용 스트랩의 폭은 거의가 30mm짜리다.

더러 28mm도 있다. 한 파트에 6000m씩 짠다. 평균 색상 종류별로 6000m씩 재고를 두고 있다. 6000m 짜는데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 여러 대가 동시 가동되기 때문에 실 공급이 끝났는지, 잘리진 않았는지 수시 점검해야하므로 잠시도 기계에서 눈을 떼서는 안된다. 그만큼 고된 일이다. “롤당 납품단가는 자재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장갑사로 짠 에코백용 스트랩이 제일 저렴합니다. 초기엔 미터당 130원씩 받았는데 내가 장갑사로 길을 닦아놓으니 다른 곳에서도 장갑사로 짜는 바람에 경쟁이 심해져 지금은 8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에코백공장들이 우후죽순 많이 생겨 났죠. 대부분 생산설비나 작업환경이 열악한 수준입니다. 현재 저희 거래처는 부자재상가 외에도 대전에 세군데 가방공장과 이천, 하남 지역의 가방 공장들이 있습니다.” 다시 장갑사 웨빙 스트랩 직조에 매달린지 8년이 훌쩍 지났다. 한 두대 놓고 쉬엄쉬엄 하겠다고 했는데 그새 직기는 7대로 늘어났다. 오더를 다 소화하려면 직기를 여러대 더 들여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협소한 지금의 공간으로는 어림없다. 인근 하남 쪽으로 공간을 넓혀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문제는 소음과 먼지가 많은 일이라 일 할 사람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준도 대표는 “스트랩과 씨름해 온 햇수가 어언 40년이 넘었다”고 했다. 누가 뭐래도 이 분야 최고의 달인임에 틀림없다.

[인터뷰 : 차세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