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 | 로봇앤비욘드㈜ 대표

“영세공장에 로봇 도입, 부분 봉제자동화 실현”
로봇앤비욘드㈜는 스마트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설립된 지 약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 4일 ‘제조로봇 전국투어 설명회’에 참가해 감치기 작업을 수행하는 봉제 로봇을 선보였다. 작업공간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 봉제스마트를 실현하겠다는 게 이 업체의 목표인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봉제자동화에 다가서고 있을까? 로봇앤비욘드㈜ 최영호 대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우선 최영호 대표를 만난 경위부터 소개해야겠다. 지난 7월 4일, 기자는 섬유·패션업계와 제조로봇업계 인사들이 스마트팩토리 확대를 위해 모인 ‘제조로봇 전국투어 설명회’에 참석했다. 봉제 스마트팩토리에 관련된 행사가 그동안 잘 없었던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제조로봇은 봉제산업의 스마트팩토리화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로봇’과 ‘봉제’는 그동안 접목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동 설명회에 참석해 로봇업체들의 발표를 듣다 보니 그 현실이 피부에 보다 와 닿았다. 설명회에서 패션의 업스트림 관련 발표는 하나였고 나머지는 모두 다운스트림, 즉 봉제산업과 관련된 발표였는데 로봇업체들의 발표는 대부분 봉제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자사 제품 홍보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자사 로봇이 자동차 공장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보여주며, 막연하게 ‘패션산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인력을 보조하는 수준의 자동화가 아닌, 인력을 대체하는 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로봇이 필수 불가결하지만 산업 간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엇비슷한 로봇 제품 발표에 다소 식상해질 무렵 로봇앤비욘드㈜ 최영호 대표의 발표가 시작됐다. 도입부에서 스타트업으로 자사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봉제공장이 3~10인 정도의 영세 공장이 많은 현실과 시설의 열악함을 사진으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작업 공간과 장비를 유지한 채, 단순공정 인력의 일부만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제법 솔깃하게 들렸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움직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던 까닭이다. 솔깃하게 들렸던 건 기자 혼자만이 아니었던지, 발표가 끝난 뒤 자사 제품을 시연하는 미니 전시장에서도 유독 로봇앤비욘드 부스에 사람이 많았다. 오버로크 봉제를 해내는 로봇을 실제로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부스들이 일반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로봇을 전시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한 번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선 로봇앤비욘드라는 회사의 정체가 궁금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법인을 만든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아직 사무실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직원은 대표 본인을 포함해 세 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설명회에 등장한 로봇은 무엇이었을까? “저희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로봇은 사다가 쓰는 거죠.” 최 대표의 대답이었다. 로봇앤비욘드는 현장에 로봇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종의 SI 업체*라고 했다. 범용 로봇을 사서, ‘봉제’라는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업체의 사업인 것이다.(* SI 업체: System Integrator, 정보 시스템의 개발에 관하여 상담하고 그에 따라 설계, 개발, 운용, 보수, 관리 등 일체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 통신 기업을 말한다.)

로봇앤비욘드의 감치기 작업 시연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로봇을 사용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현대로보틱스 로봇이 현대자동차 용접에 쓰이고, 두산로보틱스 로봇이 두산 제품에 쓰이는 식입니다. 계열사의 사업 영역 이외에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아요. 로봇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로봇을 만들고 개발하는 쪽의 의지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겁니다. 봉제하는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처럼, 로봇을 하는 사람들도 봉제를 잘 모릅니다. 저희는 이 둘을 이어주려고 하는 거죠.”

“로봇은 일반적인 자동화 장비와는 달라요. 자동화 장비는 명확한 목적을 두고 도입되고, 모든 기계의 모양이나 형태가 그 목적에 맞게 설계되거든요. 그래서 특정 물건을 굉장히 빠르게,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지만 제작하고자 하는 물건이 바뀌면 장비를 재조립해야 합니다. 이런 장비의 경우, 같은 티 한 장을 오만 장, 십만 장 생산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원단이 달라지거나 디자인이 부분적으로 바뀌면 그때마다 설비를 멈추고, 사람의 손을 거쳐 세팅을 변경해야 하는 거죠. 보통 다른 산업의 경우, 업체가 폐업하면 장비가 그대로 고철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로봇은 다르죠. 어제 봉제를 하던 로봇이 오늘 치킨을 튀기거나, 커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솔루션만 확립되면 다품종 소량생산에 더 유리합니다.”

자동화 장비와 로봇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봉제 현장에는 로봇이 더 적합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인 이하 소규모 영세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갑자기 자동화장비를 도입해 몇 만 장 단위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 대표는 전 공정의 자동화 대신, 현재의 공간과 장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최영호 대표가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은 전 공정을 모두 자동화하는 것이 아닌, 기존 공장에 적용해 일부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작업 공간이나 사용하던 재봉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니 도입 비용이 절감된다.

만약 사용하던 업체가 폐업하더라도 장비는 얼마든지 다른 산업에 쓰일 수 있다. 기존 장비를 거의 그대로 둔 채 범용 로봇에 솔루션을 적용,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로봇앤비욘드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다. 한편, 알려진 봉제 자동화의 난제들을 로봇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동화 봉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제가 있는데,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기존 산업에서 다루던 원자재에 비해 섬유원단이 너무 부드러워 기계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기존의 로봇에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뇨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로봇이 물건을 들 때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진공상태를 만들어 흡입하거나, 그립(grip), 즉 로봇이 직접 잡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Gripit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이 회사는 흡입도 하지 않고, 잡지(그립)도 않고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이 있거든요. 그 솔루션을 적용해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정전기·전자기를 이용해 섬유를 운반하는데, 그 강도를 조절하면 원단을 한 장씩 움직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구축하고 있는 RSSO(Robot Smart Service Orchestrator)의 장점 중 하나는 AI를 통해 개별 원단을 드는데 얼만큼의 힘을 가해야 정확히 들어올릴 수 있는지, 로봇에게 학습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별 원단마다 무게나 부드러운 정도가 다르니 이 정보를 로봇에게 입력시켜야 하잖아요? 이걸 똑같은 원단을 100장 정도 쌓아두고 로봇에게 계속 들어보게 하는 겁니다. 그걸 옆에서 카메라 센서로 감지하고요. 이 과정을 반복해 학습을 시키는 거죠. 봉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단마다 봉제할 때 미는 힘이 달라야 하는데, 그걸 계속 밀어보게 해서 결과물을 체크합니다. 몇 가지 체크포인트를 정해 점수를 매기고, 잘했다 못했다를 AI에게 학습시키는 거죠. 최종적으로는 이런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 하려고 해요. 이건 굉장히 새로운 시도입니다.”

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공정을 다 자동화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전체 공정을 100이라고 했을 때, 마지막 20~30%의 영역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바지 끝 부분의 마감을 한다고 해 봐요. 이 부분을 이렇게 잡고 접은 다음에, 종이접기 하듯이 접어 넘겨서… 이런 건 로봇이 하기 어려워요.” 한편 로봇에게 원단과 작업을 학습시키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는 지도 궁금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솔루션, RSSO는 9월 즈음에 런칭하고, 내년 6월 즈음에는 버전 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 정도까지 오면 원단 종류에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몇 가지 작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학습 없이 알아서 봉제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학습을 계속 시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데이터 수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추후 제품을 직접 사용하게 되면 더 다양한 데이터가 모이게 될 테고, 그것이 저희의 큰 재산이 될 겁니다.” 데이터가 모이기 전에는 다소 학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봉제 자동화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실물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로봇앤비욘드의 설명회 발표 모습

“가시적으로는 올해 말이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개발 과정에서는 국비지원을 받고 있고, 판매·보급은 대여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수기처럼 대여해 주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겁니다. 예지 관리라고 해서, 데이터를 통해 이상 동작을 체크하고, 본격적인 고장이 나기 전에 미리 사람을 보내 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원격 제어나 데이터 전송에는 5G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데, 마침 통신사들이 5G 기술을 개발해도 현재 당장 적용하고 있는 산업이 없는 형편이거든요. 그래서 로봇은 KT가 구매하고, 이 로봇을 봉제공장에 빌려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격 통제나 데이터 제어는 KT 서버에 올리는 거죠. 현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동대문 APM 협력업체들인데, 이 쪽은 KT가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성사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사항은 아닙니다.”

현 봉제의 현실에 비해 다소 앞서나간 이야기여서, 앞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성과 해결 방안, 조금씩 보여주는 성과는 희망적인 관측을 버리기 어렵게 한다. 스타트업은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최영호 대표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로 받았고, 컴팩 컴퓨터(Compaq Computer Corporation), 인텔(Intel)을 거쳐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산업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알에스오토메이션에 최근까지 근무하다가 올해 로봇앤비욘드를 설립했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