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관 |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센터장

신발 봉제 가능성 있는 시대로 진입
“부산에 신발기업이 돌아온다. 제 2의 신발산업 중흥기를 대비해야 한다.” 근래 이런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지금 부산은 신발산업을 새롭게 도약시키기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의 역할은 크다. 동센터의 성기관 센터장을 만나 신발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신발산업에서 봉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많은 부분이 해외로 이전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공정이 되었다. 신발에 있어서 봉제의 비중은?
근래 노소잉(No sewing) 신발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견고함이나 디자인 측면에서는 봉제의 장점도 많다. 노소잉 제품이라 해도 봉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드물고 내구성이 더 필요한 부위, 즉 구목과 같은 부위에는 반드시 봉제가 필요하다. 결국 봉제는 신발 제조에 있어서 필수 공정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요즘은 컴퓨터 재봉기 등 자동화 장비가 많이 개발되어 이 공정을 더욱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신발 봉제에는 과거보다 자동화된 재봉기와 주변기기가 많이 보급되어 인력 비중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생산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문제점은 없나?
신발 공장을 떠올리면 재봉기로 꽉 들어찬 현장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컴퓨터 재봉기 라인에서 봉제된 패턴을 제조라인에서 완성하기까지 자동화가 잘 발달된 시설이 많다. 재봉기뿐만 아니라 각종 주변기기도 자동화가 진행되어 과거 신발공장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신발은 접착제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용액형의 접착제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핫멜트 즉 열을 가하면 접착되는 이면 접착식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컴퓨터화된 자동 봉제가 이뤄지고 핫멜트에 의한 이면접착 방식이 도입되면서 인력 비중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화된 시설과 신기술이 도입되어도 신발 생산에 있어서 인력 의존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당면한 우리의 내부 문제가 바로 이런 신발봉제를 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신발봉제를 하지 않으니 이런 인력들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 봉제는 해외공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국내에서 제조(갑피와 밑창을 서로 붙여서 최종 완성하는 공정)만 하기 때문에 신발 전공정에 관한 생산 기술 보유를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신발 제조원가 중에서 봉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해외생산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의 생산기반만이라도 살려놓아야 한다. 해외봉제는 리드타임도 길어 국내 시장에 대한 대응력도 낮고 경쟁력도 취약하다. 바로 디자인해서 바로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내에도 신발 봉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은 유지되어야 한다.

신발봉제를 전적으로 해외생산에 의존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맥이 끊길 기로에 있는데 방법은 없나?
요즘 업계에서 이슈로 떠오른 것이 할당제 도입이다. 일부 품목에 한해서 전공정을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신발 산업에 있어 필수 공정이 점점 사라지고 인력도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명맥은 유지시켜야한다는 절박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국방에 관련된 군화와 국민 산업 안전에 관련된 안전화 분야이다. 이 품목만이라도 전공정을 국내에서 생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군수품인 군화는 현재 봉제를 해외에서 하고 국내에서 갑피와 밑창을 붙이는 제조만 이뤄지고 있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군화를 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옳으냐는 의견도 많다. 안전화 역시 국민의 산업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전공정 국내 생산이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해외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인데 단순히 해외생산으로 치부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이들 두 품목만이라도 100% 국내에서 전공정이 이뤄진다면 최소한의 국내 제조기반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발 뿐만 아니라 섬유업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국내 유명 의류업체인 H사의 C 회장이 판매 제품 중 최소 20%는 국내 제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업체의 경우처럼 최소한 물량을 국내 생산으로 할당한다면 국내 제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군수품이나 관급 납품 제품이 아닌 일반 사기업 제품의 국내 생산 할당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어야 하는 것으로 법으로는 절대 강제할 수 없다. 쿼터제나 기타 법률적 강제는 WTO나 FTA 등의 협정에 위배된다.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해서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의 선의에만 목을 맬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 판매율 고공행진을 벌이는 F사의 신발은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찬사 일색이다. F사의 신발은 경쟁사들이 백화점에서 10만 원대에 팔 때 6만9천원으로 책정해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거품 뺀 가격이라고 좋아했고 지갑도 열었다. 결과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려 높은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신발 제조업계에서는 칭찬보다는 볼멘 목소리가 더 많다. F사가 제조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오더를 놓고 가격 응찰제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한 결과, 제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가격 응찰제 도입 전 이 제품의 제조원가가 2만8천 원에서 2만9천 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비딩 과정에서 1만3천 원대까지 떨어졌다. 국내 제조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협력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하고 있다. 경제논리를 적용해 국내 제조원가에 맞지 않으면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관점에서는 이건 아니지 않냐는 뒷소리도 많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사회적, 제도적으로 국내 제조 기반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무상교복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무상교복 사업처럼 무상 신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산시에는 32만 명의 초중고생이 있는데 이들에게 무상으로 학생화를 지급하면 지역 공장 5~6개 정도는 1년 내내 충분히 가동 시킬 수 있다. 무상교복에 35만 원이 지원되고 심지어 무상으로 18만 원가량 하는 수학여행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무상 신발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F사의 신발이 1만3천 원대에 가능한데 3만 원 정도면 충분히 학생들이 선호할만한 신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와 교육청에서 서로 예산확보를 떠넘기고 있는데 만약 시행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신발 산업의 존속 가능성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상 신발 역시 모든 신발 공정이 부산 지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시행되어야 한다.

시설 투자가 지지부진하면 산업의 경쟁력도 확보되지 않는다. 부산 업계의 투자 현실은 어떤가?
지금 부산은 과도기에 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 현 상태에서 산업의 축소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 부산 신발봉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봉제 역시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업계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산 사상구에 신발융합허브센터가 개소했다. 신발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여 보다 편리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추고 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신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번 허브센터 개소 과정에서 우리는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한 봉제라인을 시범적으로 설치하자고 주무 기관에 요청했다. 그러나 4차 산업 시대에 무슨 시대에 덜 떨어진 봉제라인을 만드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신발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신발 봉제는 과거와 같이 재봉기만 많이 돌리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 신발 봉제에서 평재봉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이포스터 등 특수 재봉기를 비롯해 컴퓨터 재봉기 등 특종 사용이 대세다. 봉제 자동화를 활용해 국내 생산 가능성도 충분히 제시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되었다.

신발 제조기술에 있어서는 부산은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 진출로 기술 유출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상황은 어떤가?
부산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보유한 세계적인 신발전문제조업체들을 많이 배출했다.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은 요즘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홍콩계 등 중화권 업체들이 무역전쟁의 여파인지 미주 바이어와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는 틈을 타 국내 업체들에게 많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표적으로 태광실업이나 창신 같은 경우는 오더 증가에 따른 증설 요청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나이키의 최고급 오더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던 업체들이다. 신발 생산 기술도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한편 오랜 세월 축적한 세계 최고의 기술도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하나 둘 외국에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 이전은 보유업체가 의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신발 밑창에 중요한 고무 배합기술은 국내 업체들의 기술이 세계적이다. 국내에서 주요 핵심 공정을 거친 후 베트남 등 현지 공장으로 가져가 후가공을 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바이어는 국내에서 처리한 고무를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지 공장에서 모든 공정을 소화하라고 요구한다. 한 두 번은 난색을 표할 수 있지만 계속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외공장으로 나가서 생산하면 결국 그 배합기술은 이전될 수밖에 없다. 과거 신발 소재의 경우 80% 이상이 부산에서 만들어 실어갔다. 지금은 그 비율이 20% 선으로 줄었다. 핵심 기술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이전을 막을 수는 없다. 기술 유출 방지보다 신기술을 계속 개발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센터내 생체역학적 성능평가 실험 모습

앞으로 신발업계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지?
소량 고부가 제품에 중점을 둔 국내 생산과 대량 생산에 포인트를 둔 해외생산,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한다. 먼저 국내는 최소한의 산업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이 필요하다. 고가 고부가 가치 위주로 아이템을 개발해서 한국의 부산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품목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노바인터내쇼널(대표: 이효)의 올버드(Allbirds) 신발 개발은 지극히 칭찬받아야 할 모범 사례이다. 신발계의 애플로 불리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추구하는 올버드 신발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지금은 전량 독점 생산 수출하고 있다. 최고급 소재인 베리노울을 갑피로 사용했고 밑창 역시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신발을 세계의 주요 인물들이 신고 칭찬해주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사례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부산 신발산업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발업계도 북한 진출을 오래 전부터 고대해 왔다. 신발업계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베트남을 비롯해 해외 주요 투자진출국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북한이 개방된다면 신발은 아마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것이다. 북한에 신발 관련된 특구 몇 곳이 조성되면 관련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길이 열릴 것이다. 물론 북한 생산은 국제적 기준에 모든 것이 부합되는 수준에서 허용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상황에서는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 부산은 신발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신발에 있어서만큼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허리우드 영화 속에서 나온 상상속의 신발은 부산에서 모두 만들어졌다. 신발에 관한 한 모든 것이 통하는 곳이다. 이 기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업이 얼마나 갈까하는 패배주의보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부산 신발이 어렵다고 해도 그간 계속 이 업에 새로운 인물과 업체들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성공 사례도 계속 만들어왔다. 이제 신발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그 사실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 신발은 의류보다는 보다 복합적이고 세분화된 산업이다. 화학, 섬유 등 관련 산업이 연계되어야 하는 장치산업에 가깝다. 따라서 융합이 필수적이다. 신발은 단순한 신는 것이 아니라 패션, 의료, IT 등이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치매 노인을 위한 위치 정보 수집이 가능한 신발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소량으로 고급화된 신발을 만들어 작지만 독보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아주 세분화된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들 다 신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신발산업의 가능성이 높은 시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취재: 李相澈 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