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 부산경남봉제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주)대성섬유 대표

부산 봉제, 갈매기 날듯 재도약해야
부산 경남 지역 봉제업체들의 당면 문제 해결, 권익 향상, 공동 이윤 추구 등을 목적으로 결성된 부산경남봉제산업협동조합은 최근 활발한 대내외 활동으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동 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철수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주>

조합 결성 이유와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부산은 봉제산업의 태동과 중흥을 이끈 유서 깊은 고장이다. 과거 봉제는 우리 경제 발전을 견인한 기간산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영광을 뒤로한 채 대표적인 사양산업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있다. 우리 선배 세대들은 봉제업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했고 중소, 중견, 대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봉제업체들은 선배들이 걸었던 꽃길 보다는 진창길에 가까운 길을 걷고 있다.
부산 봉제산업은 7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봉제 관련 단체나 조합 하나 변변하게 결성되지 않았다. 선배 세대들은 업종을 떠났거나 은퇴했지만 남은 우리들은 마땅히 기댈 언덕조차 없는 현실을 맞이했다. 갈수록 봉제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 결성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우리 협동조합은 2017년 10월 25일 부산광역시 인가를 받아 비영리 조합법인 단체로 설립되었다. 부산 권역의 봉제업체 수는 1,982개사이며 종업원은 12,250명이다. 서울(59%), 경기(10.2%)에 이어 전국 세번째로 완제품 생산 산업 비중이 큰 도시임에도 관련 조합이나 단체가 없었다. 늦었지만 그나마 우리 조합이 생겨 다행으로 생각한다.

조합의 7월 정기 이사회 모습

부산 봉제 요즘 어떤가?
서울 보다 더 어렵다. 서울은 오더가 바로 연결되는 대형 재래시장도 있고 의류 유통업체들이나 브랜드도 많아 배경이 든든하다. 그러나 부산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에는 수출 봉제가 융성했지만 지금은 내수 위주의 소규모 생산이 주를 이룬다. 지역 내 사업체들도 10인 미만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영세업체들이 최근 해외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요즘 일거리가 끊긴 공장들이 수도 없이 많다. 공장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간 공장들도 많다. 더 이상 방치해두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조합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안사말 하는 김철수 이사장

조합의 수장으로서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제 나이가 올해 70이다. 이제 저도 은퇴할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선배들이 못 다한 일을 제 세대에서는 반드시 해놓고 물러나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봉제조합은 어려운 봉제업 종사자들의 이익 창출과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다. 후배들이 이 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봉제 조합을 결성했다. 봉제는 전통산업이며 의식주와 직결된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이런 전통산업이 3D업종, 사양산업으로 매도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봉제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리고 지역 내 관련 종사 인구도 적지 않다. 다행히 요즘은 관계 기관에서 봉제업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져 주고 있다. 부산 시청, 시의회 등 관계 기관에 우리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고 그 결과 여러 만남과 다양한 논의를 가질 수 있었다. 조합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을 쫓아다니고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우리가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가 발로 뛰고 목소리를 높여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원에 필요한 조례나 법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봉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막무가내로 목소리 높인다고 다 되는 일은 아니었다.

 

조합 이사진들

봉제조합의 인기가 좋아 가입하려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조합에 가입하려고 줄 서 있는 업체가 지금도 10개 이상 있다. 그러나 가입하고 싶다고 모든 업체를 다 받아주지는 않는다. 조합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필요하다.
조합사에 이름만 올리고 활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공산이 크다. 회원수보다는 조합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조합의 퀄리티는 바로 단결된 활동이다. 활동하는 조합사가 필요하다.

조합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그 중 ‘스마트 봉제장비 임대지원’은 어떤 사업인지?
이 사업은 임대장비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임대 비용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임대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봉제업체에서 필요한 기종을 임대한 후 기종별로 임대료의 80%를 지원하는데 업체당 12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게 된다. 임대비용의 20%는 사용 업체에서 자부담 해야 하며 초과 금액이 발생할 때도 사용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지원품목은 본봉사절 재봉기를 비롯해 각종 특수 특종 소매달이 등 25개 기종이 이에 해당한다.
25개 기종 외에 장비 임대를 희망할 때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지원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임대기간은 각 장비별로 최대 3개월까지로 한다.

의류제조업체 환경개선사업은 타 지역에서도 많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합에서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일반분야와 전기분야로 나눠서 시행 중이다. 최근 1차 현장실사와 접수를 진행했다. 여기에 61개 업체가 지원하였고 태스크포스팀으로 조직을 구성해 1차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향후 각 분야 전문가의 선정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기업을 확정하고 의류제조업체에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현장 검수를 통해 대금 지급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조합 추진 사업 중 ‘ICT융합 스마트 공장 보급 확산 지원사업’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
이 사업은 ICT 기술로 기획,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통합하고 최소비용 및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지능형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시범 봉제업체를 통해 스마트공장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후 1개 업체를 선정하여 스마트 공장 구축전략 수립을 위한 사전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는 8월까지 사전 컨설팅 작업이 완료되면 이후 제조현장 전반에 대한 세부진단을 통해 구체적 스마트 기술도입 범위와 실행과제 로드맵이 도출될 예정이다. 이 사업 추진이 순항하면 봉제업종별 특화스마트 공장 구축이 본격 검토될 예정이다. 유사 제조공정이나 업종을 가진 중소 중견기업들이 스마트공장 공통솔루션을 구축하여 기업 간 연계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조합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특히 ‘의류제조 소공인 복합지원센터’ 구축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추진 현황은 어떤가?
중소벤처기업부는 소공인의 혁신기반 조성과 집적지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소공인 복합지원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집적지 선정 요건은 1개의 행정동에 동일 업종 소공인 업체 50개 이상 밀집 지역이다. 현재 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정구 서·금사지역은 의류제조 소공인 밀집지역이나 열악한 작업환경과 종사자의 고령화, 원가경쟁 심화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어 있다. 소공인, 소기업,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집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부산시와 저희 조합이 ‘의류제조 소공인복합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는 시비와 국비 합해 약 5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주관은 부산시에서 하게 되며 운영기관은 저희 조합이 맡을 예정이다. 센터 구축은 부산 경남 지역 봉제인들의 숙원사업인 만큼 어떤 사업보다 더욱 적극 추진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조합 사업 중에는 이권이 걸린 것도 있다. 따라서 조합 업무는 공평하고 명료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어떤 불합리한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깨끗하게 일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 조합 회원사는 현재 다양한 아이템을 생산하는 98개 업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복에서부터 니트, 재킷, 신사 숙녀복, 아웃도어류까지 모든 의류를 생산할 수 있다. 만약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어가 있다면 우리 조합이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조합이 실력 있는 봉제업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취재: 李相澈 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