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현장탐방 | JUKI 오타와라(大田原) 공장을 가다

JUKI 재봉기에 배어든 '모노즈쿠리' 정신

창업 이래 JUKI의 중심에는 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가 있었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라는 뜻으로, 일본 사회의 장인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JUKI는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모노즈쿠리’를 중심에 두고 제조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JUKI社는 의류제품, 가방, 신발, 자동차 시트, 에어백, 소파 등의 생산을 지원하는 ‘공업용 재봉기’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 내장된 회로 기판에 전자 부품을 탑재하는 ‘칩 마운터’사업을 2개의 축으로 하고 있다.

공업용 재봉기는 세계 시장 점유율의 약 30%를 차지해 넘버원이다. 즉, 세계 인구의 1/3은 JUKI 재봉기로 박은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0개국 고객을 커버하는 네트워크로 전세계 봉제산업을 서포트하고 있는 JUKI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JUKI 재봉기의 산실이 궁금하던 차, ‘JUKI 홍콩법인’의 주선으로 JUKI 도쿄 본사와 오타와라(大田原) 공장을 둘러 볼 기회를 갖게 됐다. 5월 30일, JR도쿄역에서 동북 신칸센에 올라 약 1시간 15분만에 나스시오바라 역에 내렸다. 게이트에 JUKI 로고를 든 마중맨이 보였다. 기자를 포함 일행 여덟명을 JUKI 오타와라(大田原) 공장으로 안내할 택시기사다.

일행으로는 JUKI 홍콩법인 조상현 부장과 JUKI 한국에이전트인 골든아타치먼트 김장배 대표, 그리고 JUKI 엔드유저 몇 분이 함께 했다. 택시는 한적한 시골의 논밭 사잇길을 15분 달려 오타와라 공장으로 들어섰다. 건물 중앙에는 일본 국기와 사기(社旗) 사이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펄럭이고 있었고 현관 앞에선 여직원 3명이 깍듯하게 일행을 맞아 2층 VIP룸으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 맛깔스런 도시락을 준비해 놓았다. 12시 50분, 허기질 시간대다. 회사를 방문하는 손님에 대한 의전과 세세한 배려가 매우 감동적이다. 식사 후 이곳 공장의 총 책임자인 永山雅彦(Masahiko Nagayama) 공장장과 인사를 나눴다. 매실차가 테이블에 올랐다.

▲ Masahiko Nagayama 공장장

Nagayama 공장장은 “이곳 오타와라 지역은 소와 쌀 그리고 매실이 유명합니다. 우리 공장 뜰에도 매실수가 가득하지요. 바로 쥬끼가 자랑하는 매실정원입니다. 오타와라市에서도 이곳 녹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정원에는 300그루의 매실수가 있는데 옛날 오타와라 공장이 처음 들어설 때 직원들이 한그루씩 심은 것입니다. 매실 수확철이면 축제도 열리지요. 여기 매실로 담근 매실주는 가히 일품입니다”라고 했다. 본격 공장투어에 앞서 빔프로젝트를 통해 개략적인 공장 연혁과 현황이 소개됐다. 1938년 도쿄 기계업자들이 출자해 설립한 ‘동경중기제조공업조합’이 오늘날 JUKI의 모태다. 1947년에 가정용 재봉기(HA-1), 1953년에 공업용 재봉기(DDW-2) 1호기가 각각 발매됐다.

1959년에는 봉제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봉제능률연구소’가 발족되었으며 이어 1960년, 봉제산업 전문지인 ‘쥬끼매거진’을 창간하기도 했다. 1970년, 최초로 해외판매회사인 JUKI(Hong Kong) Ltd.를 홍콩에 설립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공장확장도 뒤따랐다. 1971년, 바로 이곳 오타와라 공장이 준공됐다. 유럽과 구미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도 필요했다. 1972년, 독일(당시, 서독)에 JUKI(Europe) Gmbh를, 1974년, 미국에 JUKI America, Inc.가 각각 설립되었다. 1976년부터 TQC활동을 본격화 했다. 1979년 중국 상해에서 공업용 재봉기 단독 전시회를 열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1981년, TQC 부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데밍상(Deming Medal) 수상을 기점으로 공장의 품질관리는 완벽해졌다. 1982년, 일본 통산성이 주관한 ‘자동 봉제시스템’ 연구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자동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990년도에 이르러 중국산 재봉기가 본격 등장함에 따라 재봉기 시장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잇따랐다. 해외 가공 공장 붐이 그것이다.

JUKI 공업용재봉기 1호기

1995년, 베트남에 공업용 재봉기 부품공장을 설립했고 중국의 재봉기 제조 공장을 합병하는 등 해외 제조기반을 확충해 나갔다. 해외생산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에 철저를 기하기 위해 본 공장의 시스템들을 중국이나 베트남에 보내 QC부분을 글로벌화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ISO가 대세로 등장했다. 그동안 표준화에 대한 개념이 없이 기계를 만들어 공급해 왔지만 표준화가 제조업의 전체적인 추세가 됐다. 오타와라 공장 역시 표준화에 동참하면서 2004년부터 디지털프로덕션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자라인처럼 재봉기 조립을 셀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를 누가 조립하는지 알 수 있고, 어떤 공정에서, 어떤 작업지시를 받아, 어떤 과정을 거칠지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즈음 해외판매거점도 지속적으로 늘려갔다.

폴란드(2005년), 태국(2006년), 방글라대시(2011년), 베트남(2012년)에 각각 판매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일본과 베트남에 있는 제조력을 결집시켜 그룹사업을 개시했다. 2014년 경부터 제조공장들은 예외없이 원가적인 부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일기 시작한 스마트팩토리 붐도 원가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JUKI 역시 이때부터 스마트화에 매진했다. 2015년에는 ‘쥬끼 글로벌 퀄리티 매니지먼트 포럼’을 스타트해 제조뿐만 아니라 프로세스까지 전사적인 품질관리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며 스마트화를 고도화시켜 갔다. 봉제를 예로들면 한국에서 꿰매나 베트남 가서 꿰매나 별차이가 없도록 공장이 스마트화되었다는 얘기다. 이곳 오타와라 공장에서 조립 하나 중국에서 조립 하나 더이상 원가적인 차이가 핸디캡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오타와라 공장은 일찌감치 스마트화를 도입해 굉장히 경쟁력 있는 공장이 되었다. 그간 축적해오던 스마트화 노하우를 2016년 JIAM 2016을 통해 발표했다. 봉제공장 스마트 팩토리의 모델 발표를 기점으로 사업부 명칭도 ‘봉제기계 &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세계 180개국에 고객을 둔 글로벌 기업 JUKI의 진화와 혁신은 창립 81년째인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JUKI는 베트남과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핵심 기종은 100% 본공장의 몫이다. 일본에도 여러 재봉기 메이커가 있지만 일부 소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생산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흔히들 중국에서 생산하는 기계와 똑같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 공장에 와서 생산시스템과 품질관리시스템을 확인한 후라면 아마도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쥬끼(홍콩) 조상현 부장이 귀띔했다. JUKI는 일본 내에 7개 공장이 있다.

JUKI 도쿄 본사 쇼룸

재봉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을 가공하는 공장과 다른 산업군에 속한 기판조립기계 제조공장 등이 있다. 해외의 5개 공장을 포함하면 총 12군데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해외공장을 둔 이유는 원가적인 문제 때문이다. 지금 봉제기기 시장은 가격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 기종의 경우는 이곳 오타와라 공장에서 전수검사 후 해외로 보내 조립된다. 그렇다면 오타와라 공장에서는 어떤 기종들이 만들어질까? 또 생산 캐파는? 일본에서 해야 밸류가 나오는 기종들이다. 이를테면 타사에서 좀 저렴하게 출시되어도 쥬끼의 밸류에 미치지 못하는 포켓웰팅기나 자동 패턴봉제기 등 특수한 기종들이다. 패턴재봉기 중에서도 소형은 베트남에서 조립하기도 하나 대형이나 밑실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등은 이곳에서 생산된다. 또한 나이키 신발공장에 공급되는 고기능 신발 기종과 벨트고리달이기, 단추달이, 바텍, 단추구멍기 등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주요 기종들이다.

본 공장에서 연간 4만 8천에서 5만대 정도가 생산된다. 연매출 기준으로 120억 엔이니까, 한화로 1,300억 원 정도다. 2018년 기준, 해외를 포함한 전체 공장에서의 생산대수는 46만대 정도다. 중국 북경과 상해에 있는 조립공장 중 북경에서 일반 기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 대수로만 보면 해외공장 물량이 단연 앞선다. 그렇지만 오타와라 공장에서 연간 4만 8천대 정도 생산하는데 금액기준으로 보면 32%나 된다. 그만큼 고가 기종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연간 4만 8천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장 인원은 얼마나 될까? 현재 412명이다. 실제로 생산라인 인원은 59% 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240명이 1,300억 원어치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30%는 관리직이다. 관리직은 이곳 본 공장만 관리하는게 아니라 전세계 공장을 관리한다. 쥬끼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다.

“오타와라 공장은 많은 생산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숙련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능합니다. 240명 인원 중 일본국 기능검정시험에 통과한, 우리의 기능장과도 같은 분들이 66%나 됩니다. 그리고 회사 내 검정시험도 있지요. 기술과 관련해 각 개인을 전문가화 하는 겁니다. 이직율이 매우 낮다 보니니까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고 따라서 회사는 인력들의 기능 전문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들 현장 인력들 모두 자부심이 무척 강합니다.” 공장 브리핑에 이어 현장을 둘러 볼 차례다. 소형 스피커를 귀에 걸고 작업모를 눌러 쓴 채로 현장으로 이동했다.공장동과 뚝 떨어진 곳에 트레이닝센터와 야구장도 눈에 들어왔다.

 

트레이닝센터와 야구장

트레이닝센터는 고객사나 대리점들에서 기술교육이 필요할 시 이용할 수 있다. 유료로 운영되며 숙식이 가능하다. 오타와라 공장은 크게 사무동과 현장 안내와 설명은 봉제기기&시스템부 Hiroshi Yama-shita 팀장이 맡았다. 현장에서의 사진 촬영은 삼가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암(Arm) 베드(Bed) 주물이 입고되는 곳에서부터 현장투어가 시작됐다. 재봉기에 있어 주물은 매우 중요한 포션을 차지한다. 전량 일본 내 계열사인 ‘쥬끼금속’에서 작업해 하루에 세번씩 입고된다. 쥬끼는 많은 종류의 캐스팅 프레임이 있다. 재봉기 노하우의 시작점이다. 암베드 창고 건너편은 거대한 제네레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여름에 천둥 번개가 잦아 정전에 대비해, 자체 발전시설은 필수다. 가정집 500채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용량이다. 머시닝센터로 들어섰다. 3개 가공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3D머시닝으로 프로그램되며 재료 투입 후 대략 30분이면 부품가공이 끝난다. 소량다품종 라인으로 대량 보다는 플렉시블하게 운용 가능한 라인이다.

공장 내부는 연륜이 말해 주듯 묵직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공장보다는 신뢰가 가는 느낌이랄까? 이곳에선 재봉기 가공 외에도 다른 제품을 외주 받아 가공하기도 한다. 자동 가공기술 노하우가 쌓인 덕분이라 했다. 외부인들이 라인을 돌며 이곳 저곳 살피는데도 누구 하나 한 눈을 팔지 않는다.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할 뿐이다. 조립라인을 돌다가 생소한 부스(?)를 발견했다. 조그만 테이블 위에 드라이버와 툴이 나란히 놓여 있고 체크리스트가 올려져 있다.

로봇과 AGV

의아해 하는 일행에게 Yamashita 팀장이 설명했다. “이것은 우리가 자랑하는 장인을 테스트하는 셋트입니다. 쥬끼는 스마트화 전에 이미 디지털라이저라 해서 작업공정을 표준화를 시켰습니다. 여기에 있는 툴 하나하나가 실제로 조립라인에 들어가면 다 사용되는 것들이죠. 작업에 투입되기 전 매일 이곳에서 스스로 자신을 테스트합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야만 하는 부분을 이 과정을 통해 표준화하는 겁니다. 드라이버의 강도라든지, 어느 툴을 써서 강도는 어느 정도를 줘야 하는지 자신의 상태를 테스트한 후 체크리스트에 기록을 남겨야 해요. 대충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공정은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로봇과 AGV

JUKI 브랜드의 세계적 명성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 하기에는 힘이 들거나 유해한 공정은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로봇을 투입해 무인 자동화를 완성했다. 과거엔 거리가 있는 완성라인까지 중량물이나 각종 부품을 사람이 끌고 다녔지만 지금은 AGV의 몫이 됐다. 현장에는 라인에 들어가는 소형 AGV와 암베드 등 중량물을 투입하는 대형 AGV가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머시닝 후 암베드에 쇳가루를 말끔히 제거하지 않은 채로 도장이 되면 곧바로 불량이다. 한때는 작업자가 입으로 불어 털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열일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을 거쳐 행거레일에 걸려 도장 부스로 이동하면 이번엔 다관절 로봇이 전후사방 깔끔하게 도장을 마무리했다. AGV도, 로봇도, MES와 연결되어 있어 실시간 모니터링, 제어, 물류 및 작업내역 추적, 상태파악, 불량관리 등 모든 정보가 체크되고 있다.

완성라인에는 포장 대기 중인 특종들이 줄지어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바텍과 단추구멍기(나나인찌)가 많은 것에 대해 Yamashita 팀장은 “그날 그날 조립되는 아이템이 차이가 나기도 하나 요즘 바텍과 나나인찌가 가격경쟁력이 좋아 생산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생산현장을 빠져나오자, 출구 좌우 벽면에 작업자들의 명패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국가기능검정에 합격한 장인들의 이름이다. 등급에 따라 명패는 금, 은, 동색이다. 작업자들을 존중하는 회사의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00년 JUKI’를 향해 고삐를 당긴 오타와라 공장을 나서면서 왜 ‘JUKI’인가를 다시한번 떠올렸다. ‘자신들의 경쟁력은 스마트화에 있다’고 말하는 JUKI의 향후 행보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현장취재 : 차세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