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뷰 | 디파인드(Defind)의 발 사이즈 측정 앱, 슈픽(Shoepik)

스마트폰과 A4지 한 장으로 내 발 사이즈를?
온라인 의류·신발을 유통할 때, 다소 문제를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사이즈다. 제조사마다 제품의 스펙이 조금씩 달라 착용해 보지 않으면 정확한 사이즈를 알기 어렵고, 부정확한 사이즈로 인해 소비자의 클레임이 발생하면 물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사이즈를 편리하게 측정할 수 있는 앱, 슈픽(Shoepik)이 탄생했다. 이제는 사이즈 측정 앱을 넘어 신발 종합 정보 플랫폼을 꿈꾼다는 ‘슈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앱을 개발한 디파인드(Defind)의 김주형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김주형 대표는 중앙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 삼성전자의 제품디자이너로 1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디파인드의 CEO로써 경영 및 하드웨어 개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전부터 이런 사이즈 측정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의류·신발의 온라인 유통이 증가하면서 사이즈 문제가 온라인 유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널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패션제품의 온라인 유통량은 전체의 20% 수준까지 성장했다. 또한 온라인 판매는 순수익 비율이 높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기업들도 자사 온라인숍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다.

사이즈는 온라인 유통의 큰 변수다. 최종 소비자에게 도착한 제품이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반품·재포장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소비자의 구매 경험에도 악영향을 준다.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1, 2주에 걸친 제품교환 절차를 밟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없다. 사이즈 측정·매칭, 가상 착용과 같은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디파인드의 서비스 슈픽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간단하게 발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디파인드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 랩(Creative Lab)에서 우수 과제로 선정되어 출발한 스타트업으로, 삼성벤처투자조합(SVIC), 롯데액셀러레이터, 이랜드 시스템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현재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오렌지팜’에서 사무 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디파인드 김주형 대표는 12년간 삼성전자의 제품디자이너로 재직했다.

“발 사이즈 측정이란 아이디어는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주형 대표가 한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치하는 형태의 발 사이즈 스캐너와 같은 형태로 이전부터 많았다는 이야기였다. “저희가 처음 구상한 서비스도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매장에서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나면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 발에 맞는 신발 목록을 좌르르 추천해주는, 그런 이미지였죠. 그러나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면서 방향성이 바뀌었습니다.”

방향성이 바뀐 이유는 과연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겠냐는 것이었다. “처음 이용할 때는 신기하니까 사이즈 측정을 해보겠죠. 스캐너에 발을 대고 2~3분 있으면 3D 이미지와 함께 상세한 발수치를 알려주고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래서 제 발에 맞는 신발은요?’라고 하면, 서비스가 신발을 몇 개 추천해주기는 하겠지만, 소비자는 이미 매장에 있는 거잖아요.” 추천해주는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미 매장에 있는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신발을 신어보고 고르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유명 브랜드 편집숍에 가보면 매장을 발을 디딘 순간 보이도록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을 줄지어 전시해 둡니다. 일단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거죠. 그런데 매장 구석에 발 사이즈 측정기를 두고, 소비자에게서 2~3분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까요? 본인의 눈앞에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는데, 거기서 떼어 놓고 발 사이즈 측정부터 시키는 건 소비자가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모바일 환경에서 치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제조사와 접촉해 협업을 해 보려고 했는데, 제조사에서는 그다지 사이즈 데이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기존 매출 정보를 통한 사이즈별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어 제조사 측에서는 사이즈 데이터에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디파인드는 유명 브랜드의 신상 제품 데이터를 온라인 정보와 구매 후기 등을 통해 재구성하고, 슈픽 내에서 사이즈 데이터와 결합한 구매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슈픽을 통해 사이즈를 측정한 소비자가, 비슷한 발 사이즈의 다른 소비자가 어떤 신발을 구매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통 쇼핑몰에서는 고객들에게 포인트 등의 보상을 통해 후기를 유도하는데, 신발 관련 리뷰의 대다수는 사이즈 정보가 불투명합니다. ‘칼발’, ‘볼이 넓은 발’ 등 기준이 모호한 표현이 많아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죠. 그러나 사이즈 데이터와 후기를 결합하면 더 구체적이고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겁니다.” 사이즈 데이터와 결합한 후기는 반응이 좋았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등 별도의 유인책을 쓰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스스로 후기를 남겼고, 자신이 구매한 신발 목록을 저장하는 아카이브로 활용하기도 했다. 구매 후기를 남기고,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더해 사이즈별 인기 신발의 순위별 데이터를 제공하고, 관련 리뷰·컨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기능도 더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신발 카테고리 내의 킬러 앱이 되는 것입니다. ‘신발 하나 새로 살까?’라고 생각하면 일단 들어가 보는 곳이 되는 거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처음에는 발 사이즈를 측정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사이즈 측정은 사업의 일부분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관해서 질문하니,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사이즈만 보고 신발을 사진 않아요.” ‘사이즈 측정 앱’ 개발자의 발언이라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신발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과 가격이거든요. 사이즈는 디자인과 가격이 소비자의 마음에 들 때 비로소 고려되는 사항이죠. 주위를 둘러봐도 사이즈부터 보고 신발을 사는 사람은 없거나 드뭅니다. ‘신발 정보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결국은 사이즈 추천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소비자를 계속 서비스를 사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서비스의 재사용율과 방문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슈픽은 현재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는데, 생각해둔 수익구조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처음에는 제조사나 유통사와 제휴한 제품을 판매도 생각해 봤지만, 일단은 덩치를 키우는 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약 35,000명 정도인데, 사용자가 보다 늘어난 뒤에 수익구조를 도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수익구조를 도입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소비자의 신발 구매를 결정하는 건 결국 디자인과 가격과 같은 요소입니다. 사이즈 측정 서비스를 곧바로 어떤 제품 판매나 수익창출로 연결 짓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 발 사이즈 측정을 통한 커스텀 신발 같은 건 계획에 없는지도 물어보았다. “수제화를 커스텀 생산해주는 서비스도 구상해본 바 있습니다. 다만 여러모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선은 한국 시장이 조금 더 커져야 가능한 시나리오 같아요. 연 평균 신발 소비량이 4켤레 정도 되는, 지금의 한국 시장에서는 시장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고 봤습니다.” 열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안정된 직장을 나와 불확실한 사업의 세계로 뛰어든 소감이 궁금했다. “언젠가는 제 사업을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사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도 ‘이 정도면 빠르다’고 생각했고, 원래는 보다 뒤에, 직장을 그만둬야 할 시기 즈음 사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한편 막상 나와 보니 굉장히 아찔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고 유연하더라구요. 생각이 더 고착화되기 전에 나와서 다행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새로운 생각을 따라가기가 지금도 벅찬데, 더 늦게 나왔으면 못 따라갔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더 젊은 것 같아요. 한시라도 더 빨리 나와, 사업에 뛰어들어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