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 아직 ‘핵심’ 잡지 못한 봉제공장 플랫폼 업체들

봉제공장 일감 확보 플랫폼 사업, 성공은 언제쯤?

봉제공장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대개 어디와 협약을 맺었다거나, 해당 서비스가 곧 출시된다거나, 정부에서 지원·개발한다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절실한 건 봉제업체들인데, 정작 ‘사용해 보니 정말 좋다’, ‘편리하다’는 반응을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플랫폼을 이용해 봤다는 봉제업체도 찾기 힘들다.
이들 플랫폼이 내세우는 건 대체로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디자이너와 생산업체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봉제업체에겐 일감을, 디자이너에겐 소량 생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간과된 점이 있다. 일감수주·오더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덩치 큰 기업이나 시장 상인들이 굳이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일감 수주, 혹은 오더에 인적 자원을 투입하는, 덩치 큰 기업들이 앞장서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테고, 패션산업은 외주화·전문화·분업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저항도 적을 것이다. 잘만 만들면 순식간에 활성화될 텐데, 왜 아직 봉제공장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한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O2O 서비스로 유통 마진을 줄이겠다”며 나선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의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D&M, 2016년 6월 3일 출시)’다. 오르그닷은 네이버 출신의 대표가 2007년 회사를 나와 만든 기업인데, 2019년 1월까지도 D&M 홈페이지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최근 홈페이지가 폐쇄된 것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홈페이지 자체도 유지만 되고 있었을 뿐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량 생산 가능’ 하다고 하나, 아직 실용적인 단계 아냐

2016년 11월 24일 출시된 ‘소잉 마스터(Sewing Master)’도 있다. 소잉마스터는 이커머스 전문기업 ㈜DCG와 서울봉제산업협회가 손잡고 개발한 서비스로, “봉제공장과 도소매상, 봉제공장과 디자이너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됐다. DCG는 국내 UX, UI 소프트웨어 분야 1위 기업인 ㈜투비소프트의 자회사다. 당시 DCG는“서울봉제산업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협회 산하 회원 봉제공장과 동대문 도소매상을 연결해 품목별 패턴, 상세정보, 트렌드 등 의료 제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수요자의 니즈에 맞춘 단납기에 대응한다”고 자사의 서비스를 설명했다. ‘소잉마스터’ 서비스는 현재 중지된 상태다.

O2O 솔루션 전문업체와 봉제현장 전문가들이 손을 잡았는데도 플랫폼 사업에 실패한 셈이다. 이 당시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예산 1억 4000여만 원을 투입해 소잉마스터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앱, ‘서울 메이커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부른 적 있었는데, 해당 앱은 소잉마스터와의 경쟁 논란을 일으킨 이후 무소식인 상태다. 디자인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서울 메이커스’는 디자인재단에서 서울시로 이관됐는데, 기자가 서울시 측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려고 했으나 병가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위와 같은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여태까지 플랫폼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소프트웨어 기술, 현장과의 의사소통, 혹은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앞서 언급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직접 연결’해 유통 마진을 줄인다는 것에 있다. 현대 패션 제품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많은 과정들이 필요한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에도 초기디자인-패턴-샘플 제작-디자인 결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보다 큰 조직을 갖고 있을수록 이러한 과정이 세분화되어 있고, 각각의 과정에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중간 단계 고려되지 않은 플랫폼 서비스, 연결방식과 연결대상 다시 고려해야

즉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직접 연결하려면 각 단계에서 세분화된 업무를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거나, 아니면 세분화된 각 단계를 별도의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이를 연결할 필요성이 있다. 일반적인 봉제공장은 최종 생산 단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각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 ‘생산하기 쉬운’ 작업지시서를 받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을 뭉뚱그려 신진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바로 연결시켜 버리면,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은 서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봉제공장은 아이디어만 가득하고 생산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까다로운 소량 오더를 받게 되고 디자이너는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고 말하는 봉제공장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재 살아남아 있는 봉제공장 관련 플랫폼은 ‘어바옷’과 ‘faai’다. 어바옷은 국내 IT기업 출신 대표가 만든 업체로, 해당 업체 대표는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업계 사정을 잘 안다”고 한 바 있다. 어바옷은 올해 3월에야 정식 출시됐으므로,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업체다. faai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대표가 만든 서비스로, 디자이너에게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것을 목표로 작년 8월에 출시됐다.

어떤 서비스이든 제대로 구축만 된다면 봉제업계에는 경사다. 다만 야심차게 론칭한 업체들이 현실의 벽 앞에 쓰러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플랫폼 사업에 성공하려면 보다 섬세하게, ‘어느 곳’과 ‘어느 곳’의 연결점이 될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이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백현 기자] bh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