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양호 | 패션봉제산업연합회 상임대표

봉제산업의 ‘새로운 길’ 앞장서겠다

지난 3월 7일 서울시 관내 20개 조합 및 협회가 모여 ㈔패션봉제산업연합회가 발족했다. 상임대표에는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노양호 회장이, 공동대표에는 ㈔서울의류협회의 윤창섭 회장. 성동 패션봉제인연합회의 박상현 회장이 추대됐다. 연합회 설립배경과 운영취지를 전해듣기 위해 노양호 상임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 지난 3월 7일 ㈔패션봉제산업연합회가 창립총회 및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동 연합회의 결성 배경이 궁금합니다.
현재 서울시에는 각 구마다 수 개의 조합, 협회들이 난립해 있습니다. 작은 조직도 있고, 200명 정도 되는 큰 조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봉제단체들이 실질적으로 다뤄야 하는 일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또 지역마다 특색과 생산 품목이 조금씩 상이해 각 지역마다 요구되는 봉제 정책들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봉제산업의 목소리, 의견은 그동안 분산되어 있었고, 다른 협회장, 조합장들과 모여 이야기해 보니 이런 상태로는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한 목소리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자, 하는 취지로 연합회가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 각 조합, 협회 단위로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동대문 시장이 지금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도·소매를 같이 하는 상가들이 21개인데, 잘되는 상가는 거의 없고 가게가 비어있는 곳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대로 방치해 상가들이 비면 나중에 이를 다시 활성화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거기가 계속 비어가게 되면 일감도 없어지게 됩니다. 동대문 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봉제업체가 50~60%는 되는데, 그 시장이 계속 불황이다 보니까 이렇게 봉제가 어려운 것입니다. 시장 불황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전체적인 경기가 안 좋은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공공연하게 횡행하고 있는 라벨갈이 문제입니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라벨갈이를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잘 팝니다.

가격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컨테이너로 인천에 들여와서 라벨갈이를 하는데, 인천에 라벨갈이 공장이 굉장히 많습니다. 성남에도 대량으로 하는 공장들이 있고, 광진, 신당, 창신 등 소량으로 하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주로 동대문에서 매장을 하고 있는 분들이나 중간 유통업자, 소위 ‘나까마’가 라벨갈이를 의뢰합니다. 매장에서 직접 샘플을 중국에 맡기는 경우도 있고, 그 사이에 ‘나까마’를 끼워서 그 유통업자가 중국에 오더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게 주인이 직접 거래하면 위험부담이 더 많죠.

근데 유통업자가 끼어 있으면 시간적으로도 절약이 되고, 본인이 왔다갔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까 가게 입장에선 편합니다. 유통업자가 컨테이너로 인천에 옷을 들여와서 라벨갈이를 하고, 각 가게마다 배급 주듯이 옷을 돌리는 겁니다. 중간 마진을 ‘나까마’가 많이 떼어가도 굉장히 싸기 때문에 맡깁니다. 그래서 단속 강화가 필요한 겁니다. 사복경찰들이 이런 라벨갈이 업체를 단속해야 하는데 인원이 없어서 실제 단속률이 상당히 낮습니다. 또 처벌 규정이 미비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그대로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은 서울시와 합동해서 인원도 늘리고 제도화해 현실에 맞도록 해야 합니다.

노양호 회장이 운영 중인 성북구 패션봉제지원센터

 일부 업체들이 작은 이득을 얻으려고 하다 보니 그게 전체 구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겁니까?
근데 지금은 일부가 아니라 아주 광범위하게 한다고 봐야 합니다. A라는 업체가 이제까지는 나랑 비슷한 가격에 물건을 팔았는데, 라벨갈이를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안 되잖아요? 그럼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인도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렇게 광범위하게 하는데도 단속이 쉽지 않나요?
단속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고 처벌규정도 약합니다. 벌금 좀 내도 계속하는 게 마진이 많이 남으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연합회가 한 목소리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합동해 대책을 강구하자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 연합회가 할 다른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가에서 요즘 디자이너 양성에 노력을 쏟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실 갈 데가 없어요. 시장이라든가,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가 되어야 하는데… 사실 디자이너들이 중국 전시회에 많이 나가잖아요. 상해 쪽이라던가. 그러면 중국 가서 오더를 받아와야 하는 건데, 중국 업체에서는 샘플만 팔고 가게끔 유도해요. 사실 샘플을 한국으로 가져와도 생산도 안 되고, 한국에서는 판로가 없으니까 중국 업체들이 유도하는 대로 샘플만 팔고 간단 말이에요.

결국 그런 샘플들이 중국 업체에서 생산해서, 한국에다 물건을 다시 파는 겁니다. 국가에서 디자이너 양성을 해 가지고는 결국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판로 사업이 필요해요. 한국에는 인구가 적잖아요. 아무리 좋은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그리고 팔려고 하면 옆집에서 바로 샘플을 해버립니다. 카피가 바로 나오는 거예요. 카피 문화만 발전이 되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희가 서울시 연합회를 만든 목적도 사실 판로개척 사업을 전개하려는 게 가장 큽니다. 해외 판로개척이요. 국내에서는 한계가 오니까요. 작년 11월에는 베트남에 가서 전시를 했습니다.

이건 연합회 차원은 아니고, 이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차원에서 했던 일이죠. 가서 일부 오더 수주도 받았습니다. 호치민 무역진흥원과 손잡고 전시를 했었는데, 사실 아주 큰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오더들은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래서 앞으로는 서울시 차원에서 베트남 시장과 접촉해보려고 합니다. 현재는 주한 베트남 대사관 측과 접촉을 하고 있는데, 그쪽에서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을 통해 계약을 할 수 있으면, 베트남 상공부 주관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거기 참여할 업체들만 모집해서 들어오면 되는 거죠. 그쪽에서는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 한국에서 만든 물건을 베트남에서 사 가게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저희가 전시를 해 보니까, 제일 어려웠던 점이 우리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구매력 있는 바이어들이 많이 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바이어 섭외가 쉽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그걸 상공부에서, 베트남 정부에서 해주게 되면 굉장히 원활하게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K-패션을 거기다 전시하는 겁니다.

패션봉제산업연합회 출범 이전에도 다양한 봉제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 베트남 봉제가 굉장히 발전해 있지 않습니까? 최근 들은 바로는 한국 기술을 따라잡은 지 오래라고도 들었습니다.
작년에 1년 동안 베트남 조사를 했어요. 현지 도매시장으로 가서 계단에서 자 가면서 유통 시장도 살펴봤어요. 베트남은 봉제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업체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더 받아서 생산해주는 능력만 있는 상태인 거예요. 한편 베트남 국내에서 유통되는 옷들은 대체로 다 중국산이에요. 거의 다. 시장 조사를 한 달 이상 하고 얻은 결론입니다. 중국 제품 비중은 70% 정도 됩니다. 도매시장에 가면 걸려있는 옷이 다 메이드 인 차이나인 겁니다.

거기서 그렇게 봉제를 많이 해도, 자기네들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거예요. 또, 베트남은 과거 한국과 소비 심리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예전에 일제 물건이 들어올 때 일제를 무척 선호했지 않습니까. 지금 베트남이 그런 문화입니다. 인구 분포가 젊은 층이 두텁고, 소비 성향이 강해요.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에 들어가서 의류 매장을 많이 하고들 있는데, 저희 거래처에서 말하기를 그럽니다. 똑같은 디자인인데 하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 하나는 메이드 인 베트남 제품을 걸어 놓으면, 베트남 것이 싸니까 그걸 한참 만지다가, 나갈 때는 한국 제품을 사 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그걸 자랑한다는 거예요. ‘이거 한국제다’ 하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뭐냐면, 상식적으로 옷은 베트남에서 생산 많이 하니까 베트남제가 잘 팔릴 것 같잖아요. 그런데 실은 입고 다니는 게 국산품이 아니라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입니다. 그러니까 생각한 거죠. K 패션 열풍이 불고 있고, 이쪽에 한국 제품이 먹히겠구나, 그래서 진출을 하게 됐습니다. 패션산업연합회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태까지는 서울협회 차원에서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연합회 차원에서 추진할 겁니다. 크게 풀어가면 오히려 길이 보일 것 같다는 판단이 든 겁니다.

 앞으로의 운영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서울시 각 구는 지역별로 봉제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금천 같으면 큰 물건들, 그러니까 코트나 재킷에 강하고, 성북이나 중랑은 다이마루, 도봉·강북 쪽은 양말, 니트, 이런 식입니다. 이런 지역구 협회나 조합에서는 요즘 대체로 공동 브랜드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사실 판로가 마땅치 않거든요.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섹시 컨셉의 ‘이루나걸’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네이버 쇼핑몰에 올라가 있는 상태예요. 아무튼 이런 브랜드들이 판로가 마땅치 않은데, 저희가 연합회 차원에서 이 판로를 개척해 나가는 겁니다. 동대문 라벨갈이 문제 해결도 그렇고, 판로개척 사업도 어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큰 하나의 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 패션봉제산업연합회가 추구해 나갈 방향입니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