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태 | D3D 대표

‘One-Day 샘플 서비스’가 뭔지 알려 드릴게요
하지태 D3D 대표

패션 관련 스타트업의 특징은, 그 스타트업이 다루고 있는 영역을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다.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라면 그나마 낫다. 어떤 업체가 ‘동대문 시장의 옷을 온라인에서 모아보고 구매가 가능’하다는 서비스를 표방한다면 해당 서비스가 어떤 쇼핑몰의 형태를 띤다는 것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한편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서비스의 경우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D3D의 경우도 그랬다.

기자에게 스타트업이나 디지털 패션 기술에 관한 사전지식이 있는데도, ‘3D 가상의류 기술을 활용한다’, ‘One-Day 샘플제작이 가능하다’는 단서만 가지고서 D3D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사전에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위 단서만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D3D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건, 하지태 대표도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명함을 교환하고 사무실에 앉은 뒤, 첫 번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그는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며 D3D의 업무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D3D의 업무를 사전에 파악하고 왔을 거라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실제로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런데 약간 문제가 생겼다. 약간의 서버 렉이 있었는지 하지태 대표가 원하던 화면이 띄워지지 않아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지체된 시간 덕분에 회사 내부를 차근차근 살펴볼 기회를 얻었는데, 특히 사무실 안쪽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시선이 갔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매출=거래처수×평균매출×재방문’. 이 문구들은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화이트보드 상단에 적힌 이 몇 가지 글자들이 D3D의 사업에 대한 초점을 아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 쉽지 않은 스타트업 업무, 확고한 방향성 드러내는 D3D

하지태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고 찍은 화이트보드.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첫 번째나 두 번째는 어느 기업이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면, 세 번째는 D3D에 최적화된 시각이 담긴 문장이다. 매출이 ‘거래처’, ‘평균매출’, ‘재방문’으로 구성된다고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니, 이를 사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매출을 올리자’라는 아주 추상적인 구호 대신, 각각 ‘거래처’를 늘리고, 1회 거래 당 발생하는 ‘평균매출’을 증가시키며, ‘재방문’율을 높이자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된다. D3D의 각각이 맡은 업무는 몰라도, 이 3가지가 직원들 개개인의 구체적인 액션플랜과 쉽게 연결되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회사의 방향성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아주 쉬워진 것이다. 한편 직원의 수를 물었을 때의 대답 또한 재미있었는데, 하지태 대표는 직원의 수가 11명이라고 대답한 뒤 하지태 대표 자신을 포함한 숫자라고 부연했다. 가볍게 생각하면 그다지 뜯어볼 것이 없는 발언인데, 깊게 생각하면 자기자신 또한 D3D의 직원이라는 의식이 명확하게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것에 조금 오래 문제가 있자, 하지태 대표가 “지금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에 문제 있어?”라고 앉은 자리에서 물었다. 대표의 자리가 방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업무공간과 밀접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무실 내에서 금세, 목소리만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없는데요.” 목소리만으로 몇 회의 대화가 더 이어졌고, 다행히 문제가 해결됐는지 대표가 하나 둘 D3D의 사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사내 의사소통이 굉장히 빠른 것 같다고 기자가 이야기하자, “저희 규모가 작으니까요….” 라고 한다. ‘이게 스타트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하지태 대표의 소개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D3D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는 최초의 디자인 아이디어(간략한 도안, 작업 지시서 전단계)부터 시작해서, 생산 전 단계인 실물 샘플 완성(디자인 완성)까지의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사내 의사소통 속도 빠르고 편리한 B2B 서비스 제공

재미있는 점은 이 서비스가 한번 주문을 전달하면 모든 의사소통이 끝나는 일반적인 B2C 거래(예를 들면 최종소비자의 T-shirt 구매)와도 다르고, 정해진 횟수의 대면 의사소통이 필요한 일반적인 B2B거래(예를 들면 패션기업이 봉제업체에 주는 임가공 오더)와도 다르다는 점인데, 모든 의사소통이 비대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기자가 Y-셔츠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기자는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으며, 그림 실력도 형편없다. 그래도 적당히 그림을 그려서 D3D에 문자 등으로 전달하면, D3D에서는 이를 2D패턴, 3D패턴으로 만든 후 가상 3D 샘플을 만들어서 실물처럼 보여준다. 물론 처음 만든 샘플은 형편없을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다가 3D 아바타에 입혀진 절망적인 샘플을 보고 기자는 생각한다. ‘원단의 재질이나 무늬를 바꿔보면 옷이 조금 더 나아보일지도 모르지.’ 가상 3D 샘플의 옷 질감, 무늬를 앱을 통해 바꿔본다. 도저히 입을 수 없을 것 같던 옷이 집안에서는 입을 만한 옷이 됐다.

‘옷의 소매나 목 부분을 조금 더 손보면 나을 것 같은데.’ 대충 그림을 그려 바꾸고 싶은 디테일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하자, 수정한 3D 가상 샘플을 다시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이때 기자는 희망이 생긴다. ‘조금만 더 반복하면 입을 만한 옷이 되겠는데?’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원단, 디테일 등을 계속 손보고 나니, 3D 아바타에 입혀진 가상 샘플이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는 자신의 디자인 재능에 감탄한다. “이거 실물 샘플로 만들어 주세요.” D3D는 해당 패턴과 가상 샘플을 협력 샘플실에 전달한다. 금세 옷이 한 벌 만들어져, 다음 날(혹은 다다음 날) 택배로 옷을 받았다. 3D 아바타에 기자의 체형을 반영했으므로 옷이 딱 맞다.

핏도 3D 아바타에 입혔을 때와 다르지 않다. 옷이 마음에 든 나머지, 기자의 동생에게도 비슷한 옷을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다시 D3D에 의뢰하기로 했다. 동생은 형태는 그대로 놔둔 채 옷의 크기와 색깔만 조금 바꾸고 싶다고 해서, 이와 같은 내용을 D3D에 전달한다. D3D는 기존 데이터를 조금 변형해 금방 새 가상 3D 샘플을 기자에게 보여준다. 이때 기존 데이터가 있으므로, 다시 샘플을 만드는 비용은 기존의 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D3D는 설명한다. 새 샘플은 기존 데이터의 변형이므로 순식간에 완성되어, 다음 날 새 샘플이 택배로 발송된다. 그 이튿날이면 기자의 동생도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옷의 질감, 착용 핏 등이 3D 가상 샘플과 다르지 않다.

이 서비스의 핵심기술은 2D, 3D 패턴 설계 기술과, 패턴과 원단의 질감을 반영한 3D의상 구현 기술, 그리고 예상 착용자의 아바타를 3D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D3D는 동사가 사업을 시작한 2015년에 클로버추얼패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One-Day 샘플 제작’이라는 간단한 설명을 위와 같이 구현하기 위해 D3D는 만 3년 동안 노력해온 셈이다. 하지태 대표는 D3D를 설립·운영하면서 제일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자신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기자가 첫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설명을 늘어놓았던 것이 이해가 갔다. 지금이야 이미 시스템을 갖추었으니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실제 서비스가 없는 상태에는 이 사업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태 대표이사는 D3D를 설립하기 이전 세정그룹에서 16년간 근무했다. 세정의 마케팅 부서에 입사해 경영혁신 담당, 전략혁신 팀장을 거쳐 세정 I&C에서 전략사업 팀장을 역임했다. 2015년 10월 D3D를 설립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스마트폰이란 물건을 생각해 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을지 상상해 보세요. ‘이건 전화기인데, 조그마한 CPU를 넣어서 mp3기능이나 인터넷 서핑도 되고, 전 화면이 터치스크린으로 동작해. 여기에는 멀티 터치라는 기술을 적용할건데, 두 손가락의 동작으로 화면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고….’ 이렇게 스마트폰이란 개념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 물건을 설명하는 건 무척 어렵죠. 특히나 그 물건이 눈앞에 없으면요.”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최근 리앤풍(Li & Fung)이 이와 유사한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하지태 대표는 오히려 이를 반긴다고 했다.

시장에서 ‘큰 그림’ 보는 하지태 대표 “대형 경쟁사, 손해보다는 득 많아”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들어 마케팅을 통해 히트시키면 후발주자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파는 일은 2배 이상 쉬워진다. 소비자에게 ‘스마트폰’이 왜 유용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만약 다른 대형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크게 확대하면, 시장이 포화상황이 될 때까지는 D3D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 하지태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D3D의 매출은 10억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 시장 전체가 고작 10억 원 규모라는 건데, 대형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꽤 오랫동안은 저희에게 손해가 될 일이 없어요.

그 기업이 저희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대신 홍보해 줄 테니까요. 한편 저희는 시장 포화 상황이 되기 전에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려고 해요. 그러면 대형 기업과 기존 시장을 나누어 가지면서도 저희는 새 파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태 대표는 2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원래는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라고 운을 떼며 다소 수줍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D3D의 궁극적인 목표랄까, 제 버킷리스트는 사람들이 옷을 사는 방식을 바꾸는 거예요. 지금은 B2B에 그치고 있지만 저희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1인 맞춤 의류’를 생산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거든요.

지금은 기성품 옷을 보고 사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방식이지만, 저희가 이 길을 계속 걸어나가면 언젠가는 더 이상 기성품이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취재를 마친 후,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D3D 홈페이지 및 자료를 찾아보면서 아쉬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하지태 대표가 직접 설명할 때에는 그토록 구체성을 띄고 재미있었던 D3D의 서비스가, 웹페이지나 자료를 통해서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게임처럼, 실제 서비스와 비슷한 튜토리얼을 제공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