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현 | 어바옷 대표

봉제공장과 디자이너, 세대 간을 넘나드는 플랫폼
최근 전 산업에 걸쳐 스타트업 바람이 거세다. 역사가 깊은 산업인 봉제업에도 관련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봉제공장과 디자이너를 직접 연결, 소규모 공장과 신진 디자이너가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뛰어든 인물이 있다. 지승현 ‘어바옷’ 대표(29)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바옷’은 어떤 서비스입니까?
브랜드 창업가, 신진 디자이너를 봉제업체와 연결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사실 20~30대 창업가, 디자이너들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찾습니다. 한편 일감을 구하는 봉제공장 사장님들은 50~60대고, 인터넷으로 의사소통하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올라와 있는 업체들은 큰 단위부터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이너가 100개 단위 소량 생산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공장을 찾기 어렵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런 분들을 연결해 자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봉제공장-디자이너 일감 연계’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까?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습니다. 친척분들도 공장을 운영했고요. 어릴 때부터 봉제공장이 익숙했던 겁니다. 미싱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들으며 자랐고, 저에게는 봉제란 당연히 주위에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사정은 달랐습니다. 봉제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고, 주위에 봉제공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산업 구조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이전에는 국내 IT기업과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엔지니어 업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어바옷’을 설립할 때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됐고, 공사에 근무하던 경험으로 정부사업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공무원에 가깝고 연봉도 고액인 좋은 직장을 나와 고생길에 제 발로 들어간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에 와서는 많은 업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 카페, 사이트 등 공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았는데, 어바옷의 서비스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예를 들면, 인터넷 카페의 경우 하루에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며 이전 글은 곧 뒤로 밀립니다. 기존 글을 찾기가 어려운 거죠. 중복 게시물이 많이 올라올뿐더러 분류도 되지 않습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봉제해주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 거죠. 또 옛날 정보도 많기 때문에 간혹 공장을 접은 분들의 정보가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단가에 대한 기준을 디자이너나 창업가 측에서 갖고 있지 않다보니 봉제업체 쪽에서 기존 단가의 몇 배로 부르기도 합니다. 기준 가격이 없고 업계 정리가 안 되어있는 거죠. 저희는 그런 부분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가이드라인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봉제업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금 더 일감을 가져다 드리고 봉제산업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지승현 ‘어바옷’ 대표

▶디자이너들은 어바옷을 어떻게 활용합니까?
홈페이지에서 비교 견적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샘플 의뢰, 생산 의뢰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상세한 디자인 디테일을 찍어서 올리고, 이런 물건을 만들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봉제업체에서 이미지를 보고 판단해서 ‘이런 가격에 가능하다’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거죠. 디자이너에게도 가장 큰 숙제가 봉제공장 찾는 겁니다. 옷을 맡길 때, 매번 ‘토탈’ 이라고 불리는 물건 다 하는 공장에 가는 것보다 전문 공장에 맡기고 싶겠죠. 또 디자이너들은 봉제 하는 분들을 어려워합니다. 이 직종에 오래 종사하신 분들이다 보니 자기 고집이 강하시고, 퉁명스럽게 대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디자이너들이 항상 사장님들을 무서워하죠. 그래서 저희가 그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겁니다.

▶현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정식 법인으로 출범한 게 작년이고, 지금은 나름대로 여건을 갖췄습니다. 바쁠 때면 봉제 공장으로 들어가는 오더가 많아 이를 컨트롤하는데 전 직원이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로 바쁘기도 합니다. 또 현재 봉제공장의 홍보를 한 달에 일정 비용(5만원)을 받고 대행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자체 서비스에 조금 더 잘 노출되는 형식은 아니고, 저희가 공장 리스트를 아이템 별로 상세하게 분류, 종합해서 동대문 등 상권에서 자주 보는 인쇄 매체, 패션 잡지, 온라인 매체에 게재하는 겁니다. 개개의 공장 차원에서는 할 수 없는 B2B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셈인데, 사업이 진행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쉽게 공장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서 도매상, 디자이너, 쇼핑몰들이 공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겁니다. 저희는 SBA, 서울디자인재단과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들 인프라를 활용해 디자이너, 도매상, 쇼핑몰이 유입된다면 오더를 받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또 디자이너·창업가들에게 아예 생산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뢰를 받으면 저희가 직접 공장과 접촉해 세부사항을 도맡아서 진행하고, 낭비가 없도록 원단 요척을 내 드리는 식으로, 일종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봉제공장과 디자이너를 직접 연결해 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시행중인 어바옷 홈페이지

▶디자이너 입장에선 물건의 퀄리티가, 봉제공장 입장에서는 대금 결제가 거래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온라인 서비스인 만큼 서로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 해당 부분의 신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역할을 저희가 모두 대신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홈페이지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 다 저희가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생산 대행 의뢰를 받을 때는 이 부분을 확실히 합니다. 저희가 계약서를 들고가서, 봉제 업체에는 작업지시서대로 생산이 안 이뤄졌을 경우에는 컴플레인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고, 바이어에게는 작업지시서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컴플레인을 걸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씁니다. 봉제업체에서는 이런 부분의 말을 꺼내는 것을 종종 어려워하시는데, 저희가 그런 부분을 대신 해드리는 겁니다. 또 30~50%는 선금으로 줘야 본 오더가 시작된다든지, 잔금처리를 해 줘야 납품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원칙을 가지고 생산대행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투자유치 현황은 어떻습니까?
와디즈, 창투 같은 곳에서 투자 제안을 받은 적이 꽤 많았지만 그때는 다 거절했습니다. 투자를 대가로 꽤 많은 지분을 요구하기도 했고, 투자를 받으면 아예 사업을 영리 위주로 운영해야 해서 그 탓에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저희만 잘 먹고 잘 살자고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니까요. 주위에서는 왜 투자를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요. 또 이 사업을 운용하는 데 그리 큰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무리하게 외연을 키우기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던 겁니다. 한편 지금에 와서는 투자유치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서비스 제공에 자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반면 저희가 새로 구상 중인 서비스에는 투자유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5년, 10년 이내에 기존 종사자들이 일을 하지 못해 세대교체가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봉제산업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막연한데다가 좋지 않은 상황이니, 업계에 새 인물이 유입되지 않습니다. 사실 봉제업종에도 장점은 많습니다. 엔지니어로서,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손기술은 봉제만한 것이 없기도 합니다. 객공 분들 중에서는 한 달에 천만 원보다 더 벌어가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출산휴가 갔다 오면 자리가 사라지는 그런 직업도 아니고, 아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1차적인 목표는, 이러한 봉제업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금 더 일감을 가져다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거기에서 나아가 봉제산업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스타벅스가 커피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후, 이제는 스타벅스 직원이 꿈인 젊은이도 생겼습니다. 예전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다방 직원’이잖아요?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직종이 된 겁니다. 환경과 인식의 변화가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거죠. 이처럼 산업 구조가 개선되고 패러다임이 변한다면 봉제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어바옷’이 앞장서고 싶습니다.

<인터뷰 | 이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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