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 | 서북권패션지원센터 책임자

“‘지역 봉제업체 자생력 확보 위해 적극 지원”
지난 8월 30일 마포·용산 등 서북지역 봉제산업을 지원하는 서북권패션지원센터가 마포구 공덕동에 개관했다. 동 패션지원센터는 특히 ‘스마트 팩토리’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개관한 서북권패션지원센터가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디자인재단 소속 박진배 수석을 만났다. <편집자주>

♦ 서북권패션지원센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센터는 서북지역 패션산업의 지원 거점으로 개관했다. 센터 건물은 지하층, 1층, 2층 3개 층으로 운영되며 총 면적은 249 스퀘어미터(㎡)다. 2층에는 2D/3D 디지털 패턴, 3D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전문 장비 13대 및 소프트웨어가 구비되어 있고 지하에는 지역 봉제업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동재단기(CAM)가 준비되어 있다. 인근 봉제업체는 마포에만 90업체 정도 있고 서대문, 은평, 용산에도 분포한다. 패션지원센터는 동대문, 중랑구, 광진구 등 다른 곳도 많으나 특색은 대동소이한 편인데, 우리는 ‘스마트 팩토리 환경 구축’ 지원에 특화되어 있다. 2D, 3D 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한 패션교육을 진행 중이며 이를 활용한 디자인, 샘플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 박진배 수석 본인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서북권패션지원센터 개관 이전에는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시 출연 공공기관이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운영, 디자인 공모전, 전시 지원, 의류 봉제업체 지원, 서울새활용플라자 운영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패션지원센터 운영도 의류 봉제업체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본인은 2009년 디자인 재단이 설립될 당시부터 DDP 일을 했다. 건축학을 전공해 DDP 건설 당시에 참여했고 내부의 컨텐츠를 채우는 일도 맡았다. 디자인재단은 순환 보직 시스템이라, DDP 이외에도 10여 년 동안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건축학 전공과 현 직무가 관련성이 적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사실 센터 운영에 있어서는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더 요구받는다. 지역 봉제업체를 위해서 예산을 편성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분들께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가?
‘디지털 패션 실무 교육’, ‘봉제기업협업 디자이너 비즈니스 실무교육’, ‘패턴캐드 교육’, ‘자동재단(CAM)교육’, ‘제조사 브랜드 론칭 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디지털 패션 실무 교육은 ‘CLO3D’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자인과 샘플을 디지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패턴캐드 교육은 종전의 수작업 패턴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며, 자동재단(CAM) 교육은 말 그대로 자동재단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지금은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앞으로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하는 방향, 즉 ‘스마트 팩토리 환경 구축’ 쪽으로 업체들을 지원하려 애쓰고 있다. 한편 ‘제조사 브랜드 론칭 컨설팅’은 봉제기업들의 자생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지역 봉제업체 협의회에서 업체 셋을 추천받아, 그들이 직접 자가 브랜드를 론칭,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아이템을 선정하고, 이를 온라인 유통망에서 내년부터 판매해볼 계획이다. ‘봉제기업협업 디자이너 비즈니스 실무’ 교육은 창업 준비, 디자인 프로그램 사용, 유통망 접근 등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제작과 브랜드 론칭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 교육하며 지역 봉제업체들과 협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 ‘스마트 팩토리 환경 구축’, 말은 쉽지만 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지역 업체들이 그런 장비를 도입할 여력이 있나?
CLO, 캐드, 자동재단기 같은 장비나 소프트웨어들은 가격이 높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지원센터에서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갖춰두고 센터에 와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요가 꽤 많은 편이다. 서울 디자인 고등학교 측에서도 우리에게 이런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교육을 받고 싶다고 요청해 온 바 있다. 교육프로그램을 협의해 내년에 진행될 것 같다. 이런 소프트웨어·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재 패션업계의 추세다. 따라서 우리도 선도적인 입장에서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재단기의 경우에도 우선 교육을 진행한 후 업체들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난이도가 있거나 특수한 원단 같은 경우 재단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센터에서 재단을 할 수 있으니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처음 도입할 때도 지역 협동조합에서 의견을 수렴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 재단기 사용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자동재단기는 운용·안전관리에 있어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지만 센터에서는 자동재단기에 운용요원을 따로 두지 않고, 교육을 받으신 분들에 한해 직접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내년에는 사업을 확대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 재단기 교육을 수강하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학생들도 적지 않은 편이고 신진 창업가들이 많다. 샘플 제작 같은 경우 비용 발생이 크기 때문에 이곳에서 직접 재단해 가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회사를 키워나가기에 앞서 랩(Lab.)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지역 봉제업체들이 많이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

♦ ‘제조사 브랜드 론칭 컨설팅’사업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 봉제업체 협의회에서 업체를 추천받아, 이 업체들에게 디자인 작업을 지원하고 원단비를 제공한다. 제품 제작비는 업체 자체가 감당해야 될 부분이다. 제품을 제작한 뒤에는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에는 신진 창업가나 디자이너들만 유통 부분에 뛰어들었지만, 봉제업체들도 브랜드를 갖고 자신만의 사업을 한다면 수익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지원하나?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용역사가 있다. 동대문에 소재한 회사인데 소량 제품을 디자인해 샘플을 완성해주는 회사다. 이 회사에서 디자인을 책임져주고, 회사가 갖고있는 빅데이터를 통해 지역 봉제업체들에게 많이 팔리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의상을 제작할지는 매주 협의하고 있다. 제작된 의상은 네이버나 일본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망에 올려 성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패션지원센터 건물을 매장으로 활용해 팝업 행사도 진행해볼 예정이다.

♦ 최근 여러 곳에서 디자이너와 봉제업체를 매칭, 협업하도록 하거나 제조사 브랜드를 만드는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성공 사례가 있나?
현재 저희는 개관한지 얼마 안돼서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다른 곳에서는 ‘성공’ 사례라고 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관련 사업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그 ‘성공’의 척도라는 게 애매한 부분이 있다. 관련 진행 사업으로는 서울 디자인재단에서 진행하는 ‘용산 비즈니스 쇼룸’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신진 디자이너 50명과 봉제업체를 매칭해 직접 팝업 스토어까지 진행해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 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개관하느라 모든 게 서툰 단계다. 지역 봉제업체들이나 기타 회사들은 센터를 늦은 밤이나 새벽, 주말에도 이용하고 싶어 하는데 인력과 시스템 상의 문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서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역 봉제업체들은 밤 11시, 12시 등 늦게 끝나는 경우도 많고 주중에는 월화수목금 다 바쁘다. 교육받으려면 토요일 밖에 시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육프로그램을 토요일에 운영하는 등 대처하고 있으나 아직 시스템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다.

♦ 스마트 팩토리가 봉제 업체들에게 정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사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변하지 못하면, 종착점은 산업 구조의 붕괴다. 따라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선도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 봉제업 종사자들이 나이가 많은데 저항에 부딪히지는 않는지?
아니다. 봉제업 종사자들은 사업 취지에 적극 동의하는 편이다. 저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응을 잘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센터에 직접 와서 겪는 분들은 굉장히 편하다고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다.

♦ 스타트업이나 시장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관 주도로 첨단 산업을 보급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스마트 팩토리 환경 구축’이란 키워드에 대해서는 저희가 ‘하겠다’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지역 봉제업체의 의견이 더 컸다. 그쪽 분들이 제일 잘 아시는 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말씀하셨다시피 관 주도로 끌고갈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 제조업이 고가의 첨단 장비나 인력 등을 도입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서 일정한 ‘선’을 못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근데 언젠가는 이 선을 넘어가는 시기가 온다. 저는 건축학을 전공했고 서울디자인재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설계 사무소에서 일을 했다. 그때가 90년대 초중반인데 설계 업무를 반은 손으로, 반은 컴퓨터로 그리고 있었다.

어떤 현장에서는 수작업 도면이, 어떤 현장에서는 캐드 도면이 사용됐는데 그 당시의 캐드 소프트웨어 수준은 형편없었다. 툭하면 멈추거나 데이터가 소실되거나 해서 과연 이래서 될까? 싶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설계사무소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병행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수작업 부분은 지금 당장 업무에 필요해서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캐드작업 쪽은 생산성의 문제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화장실 도면이 있는데 커피 등을 쏟아 훼손되거나 잘못 그리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또 화장실이 도면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에 표시되어야 하는데, 수작업으로 하면 동일한 내용을 여러 장에 계속 그려야 했다.

캐드 프로그램을 쓰면 이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다.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순식간에 시장에 파고들어 온 것처럼, 기술과 시장이 만나 혁신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 타이밍이 있다고 본다. 아마 위기 의식이나 기술에 의해 추동되는 것이 아닐까. 시장은 시간과 돈, 즉 생산성에 의해 움직인다.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나 동남아 제조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제조 단가를 낮추는 건데, 인건비 부분을 해소할 수 없는 만큼 나머지 비용, 특히 실제 생산 단계 이전까지의 제조 단가, 즉 디자인·샘플 제작 비용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1개 제품 샘플이 나오기까지의 사이클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이러한 ‘흐름’에 지역 봉제업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우리가 설정하기보다는 지역 업체의 요구에 의한 바가 더 컸다.

♦ 앞으로 어떻게 센터를 운영해 나갈 것인지?
패션지원센터에 와서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봉제업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런데 사업표를 보면서 의문점에 부딪혔는데, 그 중 하나는 ‘디자이너 쪽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게 된다’는 거였다. 그런데, 디자이너에게 돈을 줘야 봉제업체에 일감이 나가더라. 어떻게 보면 봉제업체 입장에서는 우리 측의 사업비로 물량을 줘도 달가운 수주물량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디자이너나 창업가들에게는 유의미한 지원이 될 수 있고, 이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지역 봉제업체가 맡게 되면서 한 바퀴 돌아 봉제업체로 지원이 간다.

사실 직접적인 봉제업체 지원책은 작업환경 개선을 지원하거나 건물을 확보해 임대를 해주는 등 제한적이다. 이 이상의 지원을 하려면 센터 규모에서의 접근은 무의미하고 국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서북권패션지원센터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지, 또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론은 지역 의류 제조업체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수입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일감 연계, 온라인·오프라인 DB 구축, 판로 개척 사업, 신규기술인력 확보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지만, 이 사업들의 목표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역 의류업체의 자생력 강화’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입구조의 개선·다변화가 필요하다. 지역 봉제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인터뷰 |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