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제현장르포 필리핀 편 | SHIN HAN APPAREL., INC (신한어패럴)

해외봉제현장르포 필리핀 편 ❸

숙련된 기술 인력이 필리핀 공장의 큰 자산

숙녀복 및 캐주얼풍 남성복 전문 제조업체인 신한어패럴은 미주 및 일본 바이어와 거래하고 있으며 좋은 품질과 확실한 납기로 현지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용주 대표를 만나 필리핀의 봉제환경과 근황 및 현지 애로점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생산 아이템과 공장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요?
숙녀 우븐류가 주 아이템이며 남성 캐주얼 재킷을 일부 생산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약 1천 명 가량 고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LHK(대표: 이원주)에서 분사하여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공장입니다. 바이어는 거의 같지만 일부 일본 바이어와 거래하고 남성복 캐주얼풍 재킷을 납품하는 미주 백화점 바이어는 신한어패럴에서 자체적으로 거래합니다.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저희 공장은 남성복 비중이 약 50% 가량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성복은 매시즌 큰 패턴의 변화없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매번 스타일별로 변화하는 여성복과는 좀 다른 점입니다. 저희 공장은 재단실이 별도로 없는데 LHK에서 작업해서 이곳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현재 봉제 완성라인만 가동 중입니다.

1천명이 근무중인 신한어패럴은 우븐류 숙녀복과 일부 남성 캐주얼 의류를 전문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랫 동안 봉제업에 종사하시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리핀 봉제의 맹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봉제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저희처럼 우븐류를 생산하는 업체는 영향을 좀 덜 받는 편이지만 니트류 생산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베트남만 하더라도 자국 내 원부자재 산업이 발전하지 않더라도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육로로도 원부자재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봉제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지만 필리핀은 거의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투자경향은 니트업체 자체적으로 편직 염색 가공 라인을 갖춰야만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는 그런 규모를 갖춘 업체들도 많지 않고 투자도 되지않아 대형 니트업체들이 상당수 필리핀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경쟁력이었던 대미 쿼터철폐 이후 필리핀의 경쟁력은 급격히 낮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불리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이 필리핀을 찾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누구나 알만한 대형 바이어와 저희 공장이 오랫동안 이곳에서 꾸준히 거래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 바이어가 계속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통에 결국 저희 쪽에서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바이어가 요구하는 단가에 생산해봐야 힘만 들고 이윤이 적으니 안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거래 중단을 선언했지요. 그리고 그 바이어는 더 싼 공장을 찾아 갔습니다. 그러다가 한 1년여 지난 후 일부 제품군을 다시 만들어줄 수 없냐며 하소연하며 찾아왔습니다. 결국 생산단가를 인상하는 조건에서 다시 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가격 싼 공장으로 갔더니 도저히 품질이 좋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 공장을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 이 바이어와 거래해서 서로 윈윈하였던 좋은 기억이 있는 업체였는데 잠시 거래가 끊기기도 했지만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이어를 묶어 둘 수 있는 경쟁력을 길렀기 때문에 저희가 아직도 이곳에서 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한어패럴은 미주 바이어 외에 일부 일부 바이어 물량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으로 이전도 검토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한 때 바이어측 요청도 많았고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도약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베트남 이전을 연구했습니다. 많은 현지 방문과 리서치를 통해 내린 결론이 우븐류 생산은 베트남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니트류는 베트남이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이지만 우븐류를 생산하는 저희들로서는 이전할 경우 투자금 회수에 몇 년이 걸릴지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으로 이전하게되면 약 1년 정도는 직원들이 기술을 익히는 숙련기간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품목은 니트와 달리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1년 기술 적응 기간은 거의 투자 개념으로 보내야 합니다.

1년을 이익없이 보내고 그럼 2년째부터 정상궤도에 올라야 하는데 때마침 당시 베트남 인건비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향곡선을 그을 시점이었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인건비 상승 속도에 비쳐 투자금 회수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승산없는 싸움이라 생각하고 베트남 진출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던 필리핀에 더 투자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투자를 꺼리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공산 체제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공산권인 중국에 투자했던 많은 봉제기업들이 대부분 실패하고 껍데기 벗겨지듯 투자한 것 회수도 못하고 빠져나온 것을 반면교사 삼아 공산권 투자는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도 진출 포기의 한 가지 이유입니다.

인건비를 베트남과 비교해보면 지금 필리핀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많던데요.
실제 지금은 베트남보다 필리핀이 인건비가 더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한국 투자기업 가운데 1인당 인건비 비중이 연간 7천불대 이르는 공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도 많은 외투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경쟁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 인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장들이 많이 분포한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필리핀 역시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지요?
공장이 위치한 바탕가스 주는 필리핀에서 상당히 규모가 큰 지역입니다. 인구가 대략 4백~5백만명 가량될 만큼 인력이 풍부한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 투자했던 많은 일본계 기업들이 현지에서 철수하면서 이곳으로 대거 이전해 왔습니다. 영토문제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거세게 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많은 일본계 기업들이 중국 철수를 결심하고 새로운 투자처로 삼은 나라가 필리핀이고 특히 이곳 바탕가스 지역으로 많은 기업들이 몰려왔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의 반일 감정이 거세게 일자 직접적인 대응 대신 조용히 철수하여 새로운 나라와 지역에 이전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지었습니다.

표나지 않게 옮겨온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잡으면서 숙련공과 젊은이들을 대거 몰아갔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전자 관련 업종이 들어오면 봉제 관련 업종이 1차적으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신발업체, 봉제완구, 의류 순으로 타격을 받는데 아무래도 작업환경이 쾌적하고 임금 수준이 높은 곳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일본계 전자회사들이 들어오자 18세 가량의 젊은 노동력을 싹쓸이 해가다시피 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우리 업종의 연령대가 높아졌습니다. 전자 업종 다음으로 인력을 끌어가는 곳이 바로 백화점 등 대형 판매점의 등장입니다. 이곳에도 최근 주도에 대형 백화점 3곳이 생기면서 약 3천명 가량의 고용이 창출되었는데 대부분 젊은이들을 모집합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면 멋진 유니폼에 화장을 할 수 있고 일일 8시간 근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자업종과 백화점이 젊은 여성들을 끌어가자 봉제업종에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저희 공장의 경우 남성 채용 비중이 5~10% 가량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좀 씁쓸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성 근로자들이 일을 잘해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80년대말 필리핀에 진출한 이용주 대표

수출입 통관 지연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실제로 어떤지요?
이곳 세관 업무 지연에 따른 수출입 통관이 원활치 않아 공장 스케줄에 큰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수출입 통관이 하루만 지연되어도 공장들은 전체 스케줄이 순차적으로 밀려서 납기 지연 등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수출입에 따른 비용도 필리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필리핀은 컨테이너 하나가 들어오면 거의 원화로 1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일종의 항구 컨테이너 보관비, 즉 주차료 명목의 금액인데 다른 나라는 이런 비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봉제공장들의 법적인 근무 시간과 오버타임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하루 8시간이 기본이고 오버타임 2시간 더해서 10시간 주 60시간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정부에서 허용하는 오버 타임은 2시간인데 그 이상을 하게 되면 임금을 지불하면 문제삼지 않지만 바이어측에서 규정된 시간 이상을 하지 못하게 하여 주 60시간을 지키는 편입니다. 필리핀은 오버타임 차지로 125%를 지불하기 때문에 150%를 지급하는 베트남에 비해서 상당히 유리합니다. 그러나 일요일이나 공휴일 근무했을 때에는 200%를 지급하고 근무하지 않은 휴일은 100% 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있는 나라여서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용주 대표(좌상)와 한국 관리자들(우하)

바탕가스 지역의 전력 사정은 어떤가요?
자가 발전기가 반드시 있어야 공장 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공단이 있는 까비테나 마닐라 지역은 전력 사정이 비교적 양호하지만 바탕가스는 열악한 편입니다.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8시간 정전을 실시하지만 실제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수시로 정전이 발생합니다. 정전이 발생되면 자동으로 10초 안에 발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에 큰 지연은 발생하지 않지만 그래도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불편함은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필리핀도 기능 인력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력 비중을 줄이면서 품질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 본사 차원에서 이런 연구를 계속 진행중인데 자동화할 수 있는 장비를 강구하거나 시스템을 변화, 강화시켜 경쟁력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인근 나라의 임금 상승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필리핀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李相澈 局長